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도종환 지음 / 난다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은 낮은 곳을 택하여 가지만 결국은 바다에 이릅니다.


(-)


아침마다 기온이 떨어져 날씨가 갈수록 쌀쌀해지고 강원도에는 벌써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는 날, 작은 솥에다 고구마를 찝니다. ‘칙칙!’ 하고 소리를 내며 물이 끓는 동안 솥뚜껑을 밀어올리는 힘이 씩씩거리며 달려오는 기관차를 보는 듯합니다. 그 씩씩거리는 힘이 쪄낸 고구마를 반으로 잘라 잘 익은 고구마의 속살을 바라봅니다. 잘 익은 고구마의 노오란 살빛이 참 보기 좋습니다.


보은 지방의 황토는 고구마를 잘 키워내는 좋은 흙입니다. 파삭파삭한 고구마의 맛이 바로 황토가 키워낸 맛입니다. 황토 중에서도 보통의 고구마를 밤고구마로 키워내는 황토의 불그스레한 빛깔은 잘 익은 흙의 빛깔입니다. 바위가 잔돌이 되었다가 다시 고운 황토로 변해온 오랜 겁의 세월이 그 빛깔 안에 녹아 있습니다.


잘 익은 감빛은 또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손안에 꽉 차는 감의 느낌, 힘을 더 주면 터질 것 같아 가만히 감의 무게를 쥐고 있노라면 부드러우면서도 팽팽한 감의 살, 말랑말랑하면서도 탱탱한 감의 살갗을 손 가득 느끼며 잘 익은 것의 감촉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주홍빛이란 말 대신 감빛이라고 이름을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일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제대로 익었을 때입니다. 익을 대로 익은 과일의 농익은 빛깔 중 하나가 홍시의 감빛입니다. 


(-)


영문학자 박혜영 교수는 2004년 ‘올해의 평화상’을 받은 인도의 여성 작가 아룬다티 로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왜 우리가 다른 존재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존재이건 일단 깊이 들여다보면 결코 우리와 연결된 그 고리를 쉽게 잘라내지 못할 것이다. 가령 맑은 강물을 깊이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그 물속에 시멘트를 쏟을 수 없을 것이다. 나무가 자라는 것을 두고두고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 나무를 베어내지 못할 것이다. 또 죽어가는 동물의 눈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결코 덫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다른 존재를 처음 사랑했을 때의 그 착한 설렘을 기억하고 있다면 결코 다른 존재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눈을 감을 수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