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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멘타 하인학교 (무선) - 야콥 폰 군텐 이야기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
로베르트 발저 지음, 홍길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우리는 여기서 배우는 것이 거의 없다. 가르치는 교사들도 없다. 우리들, 벤야멘타 학원의 생도들에게 배움 따위는 어차피 아무 쓸모도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훗날 아주 미미한 존재, 누군가에게 예속된 존재로 살아갈 거라는 뜻이다. 우리가 받는 수업은 우리에게 인내와 복종을 각인시키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둔다. 이 두 가지 특성이 몸에 밴 채로는 성공할 턱이 없다, 아니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내면적인 성공이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내면의 성공이 무슨 소용인가? 내면에서 이룩한 것들이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기라도 하는가? 나는 정말이지 부자가 되고 싶다.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돈을 물 쓰듯 써보고 싶다. (-)
이곳 벤야멘타 학원에서는 상실감을 느끼는 법과 견디는 법을 배운다. 나는 그것이 일종의 능력,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훈련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유능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저 덩치 큰 아기, 칭얼대기만 하는 울보로 남을 것이다. 우리 훈련생들은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 삶의 희망들을 가슴속에 품는 것이 우리에게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느긋하고 밝다. (-)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것들은 많다. 그것은 우리가 대체로 매우 열성적이고 진취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너무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자신감을 잃게 되거나 모욕을 당하게 될 때 위태롭다. 자의식에 찬 사람들은 의식에 적대적인 무언가를 끊임없이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