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 법정이 우리의 가슴에 새긴 글씨
법정 지음, 현장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입추가 지나면서 밤으로는 풀벌레 소리가 한층 여물어지고, 밤하늘 별자리도 또렷해졌다. 뜰에 내다 놓은 돗자리에 누워 별을 쳐다보면서, 별과 달이 없다면 밤이 얼마나 막막하고 삭막할까를 생각했다. 별과 달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빛이 아닐 것이다.

한낮의 분주한 활동을 통해서 지치고 메마르고 거칠어진 우리의 삶을 푸근하게 감싸 주고, 안으로 정서와 사유의 뜰을 넓혀 주는 일도 한다.

한낮의 더위에 기가 죽어 있던 나무나 풀들도 어둠이 내리면, 숲과 강에서 보내오는 서늘한 바람에 생기를 되찾는다. 낮과 밤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활동과 휴식의 터전을 마련해 주고 있다. 별이 돋고 달이 떠 있는 밤은 우리들 삶의 축복일 뿐 아니라, 허겁지겁 쫓기듯 살아온 일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우리에게 허락된 유한한 세월을 어떻게 소모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한다. 이런 되돌아봄과 반성의 시간이 없다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처럼 우리는 인생의 종점을 향해 그저 곤두박질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