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이 02 - 김사과 소설집
김사과 지음 / 창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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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아버지는 말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열심히 살지 않으면 뒤처지고 뒤처지면 끝장이라고 말이다. 난 언제나 그게 개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결국 그 말대로 살아왔다. 단지 뒤처지지 않는 데 인생을 바쳐온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거대한 야망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동안 난 단지 삶을 지속하기 위해 애썼다. 이제 와서 그 모든 노력을 별것 아니었다는 듯이 말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 난 단 한번도 어떤 성취감도 느껴본 적이 없다. 단지 분노뿐이었다. (-)

 

 

  누나가 말했다.

  내가 요즘 무슨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지? 그래, 난 요즘 돼지가 되기 위해 노력중이야. 왜냐하면 보다시피 다들 나를 돼지 취급하기 때문이지. 내가 돼지 취급을 받는 건 내가 돈도 벌지 않고 결혼을 하지도 않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난 불평하지 않아. 왜냐하면 원래 인생이란 힘든 것이고 모든 것은 내 탓이니까. (-)

 

 

  (-) 삶이란 견뎌내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삶에 대해 매우 이상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건 삶을 즐긴다는 견해이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이런 고통을 즐길 수 있단 말인가. 단지 견딜 수 있을 뿐이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 살아남고 싶다. 누구보다도 끝까지.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죽는 것을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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