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대우학술총서 구간 - 문학/인문(번역) 73
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김영 옮김 / 민음사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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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에 나는 내가 빠져든 상태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또는 전혀 말할 수가 없다. 그 상태는 단순하고 변화할 수 없다. 내 속에서 그런 이름이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상태의 본질은 철저한 소멸이다. (-) 내가 마음의 고갈 상태에 있다면 나에게 그것은 가장 만족스러운 상태와 같은 것이다. 거대한 가운데서 완전히 길을 잃고, 요구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다. 이것은 바다에 삼켜져 없어지는 물방울과 같은 것이다. 물방울은 바닷물에 휩싸일 뿐 아니라 흡수되어 버린다. (-) 거기에는 아우성도, 고통도, 아픔도, 즐거움도, 불안도 없다. 완전한 평화만이 있다. (-) 불행하고, 약하고, 비천하지만 자기의 불행도 자기의 권위도 생각하지 않는다. (-)

 

 <(-) 내게 묻는 것에 대답한다. 내가 잘 말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나를 놀라게 하지도 않는다. 내가 말을 잘하더라도, 그것을 내 탓으로 여기지 않는다. 旅程도 목적도 없이, 내가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고 가는 것이다. 나는 가는 것도 원치 않고 멈추려고도 하지도 않는다. 의지와 본능은 사라졌다. 빈곤과 무일푼이 나의 몫이다. 나는 믿음도 불신도 지니지 않는다. 결국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완전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완전히 죽었기 때문에 완전히 사랑한다'라고 잔은 페늘롱에게 쓴다.> (-)

 

 

 (-)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상상 imagination은 오만한 이성의 윤곽을 모방한다. 상상은 그 윤곽을 잘 맞추어 놓지 못하지만, 우리 존재의 밑바닥에서 그 윤곽을 찾는다. 숭고한 열정을 그린 그림들 속에서, 주인공에게 흥미가 쏠리는 것은, 그들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서 그토록 목숨을 희생시킨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을 드높이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자신에 대한 망각과 열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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