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임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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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이 더 가벼워야지. 힘들어 보이면 안 돼.
힘들어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한 거야.
관객들은 네가 전달하는 감정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봐서는 안 돼.
잊지 말아라. 폴리나,
우아하고 유연해 보이지 않으면 관중들에겐 네가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만 보일 거야.

 

그게 아니지.
정말 못 말리겠구나.
내 말을 안 듣는 거니?
폴리나 대체 왜 이래?
설마 우는 건 아니겠지?
당장 그치지 못해!
우는 거 아니에요.
폴리나 내가 말했잖니. 날 후회하게 만들지 말아라.
그렇게 울어봤자 소용없어.
선생님이 원하시는 해석이 뭔지 이해가 안 돼요.
누가 해석에 대해서 말했니?
내가 해석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던?
폴리나, 명심하렴.
내가 얘기했지. 사람들은 우리가 보여 주지 않는 것은 볼 수 없어.
그런데 네가 보여 주는 것을 보고 있자면 그다지 보이는 게 없어.
감정을 억제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난 자기 감정을 관리할 줄 모르는 사람한테는 관심 없다.

 

폴리나, 제발
 넌 이제 발레 아카데미에서 보진스키 선생한테서 춤을 배우는 학생이 아니란다.
알겠니? 근본적인 것들을 표현해야 해. 탐구 정신을 발휘해야지.
네가 할 수 있는 것에 안주하지 마. 너만 발전이 없어. 네 주위 동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눈여겨보렴.
내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널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단다. 알겠니?
네. 선생님.

 

선생님이 뭐라고 하셔?
별말씀 안하셨어. 항상 하시는 얘기.
어쨌던 올해 초부터 난 선생님 수업이 별로 이해가 안 가….
이해하려고 들지 마. 그냥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하기만 하면 돼.

 


예술가의 퍼포먼스는 항상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단다. 끊임없이 완벽함을 추구하기 때문이지.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야 자신이 구현한 실질적인 가치가 뭔지 깨달을 수 있단다.

 

사람들은 행동을 취하기 전에 좋은 핑계를 댄단다. 좋은 핑계도 나쁜 핑계도 없어.
핑계를 대며 합리화하려는 사람들은 이미 진 거야.

폴리나, 넌 오디션을 왜 봐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야.

 

폴리나, 네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한 해 정도 앞서 있었어. 그런데 이제는 3년 정도 뒤처진 것 같구나. 
폴리나, 여전히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아. 넌 마치 우리가 여기 없는 것처럼 혼자서 춤을 추잖니.
결론적으론, 네가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

 

선생님, 전 선생님 수업이 하나도 이해가 안 돼요. 제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요.
벌써 2년째 똑같은 것만 반복시키시잖아요.
폴리나, 보진스키 아카데미 출신이 네가 처음은 아니란다. 그곳에서 네 머릿속에 집어넣은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지 아니?
폴리나, 네게 할 말은 아니지만 사실이 그렇단다.
문제는 폴리나, 너 자신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고 있다는 거야.
아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이해를 못 했다는 거지.

 

내가 언젠가 들은 얘기를 해줘야겠다.
 <춤은 예술이다. 적도 동지도 없다.>
극단적인 거 같아 보일지 몰라도 사실이야. 그런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는 이 말이 도움이 될 거야.

 

내가 어렸을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
나한테 <사람들은 네가 보여 주지 않는 건 볼 수 없단다>라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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