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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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 것 같다.

 

 

  (-) 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것을 불행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온갖 감정이 교차하는 속에서도 차분함을 느낀다. 위험의 한가운데 안전한 곳이 있는 법이지. 우리에게 뭔가 시도할 용기가 없다면 삶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니?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늦은 밤이지만 너에게 다시 편지를 쓰고 싶었다. 네가 정말로 필요한데, 너는 여기 없구나. 어떨 때는 우리가 이토록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없다.

  오늘, 혼자서 다짐했다. 가벼운 두통이나 그것을 떠오르게 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로 말이다. 많은 시간을 낭비했으니 이제는 다시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

 

  나 같은 사람은 정말이지 아파서는 안 된다. 내가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너에게 분명하게 가르쳐주고 싶다. 사물의 핵심에 도달하려면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야 한다. 내 목표를 이루는 건 지독하게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내 눈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으니까.

 

  (-)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이 화가는 깊이 고뇌하고 있다고,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벽스러운 사람, 비위에 맞지 않는 사람, 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지도 못할, 한마디로 최하 중의 최하급 사람……. 그래, 좋다. 설령 그 말이 옳다 해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기이한 사람, 그런 보잘것 없는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주겠다.

 

 

  노력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절망에서 출발하지 않고도 성공에 이를 수 있다. 실패를 거듭한다 해도, 퇴보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해도, 일이 애초에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돌아간다 해도, 다시 기운을 내고 용기를 내야 한다.

  (-) 문제는 추상적인 생각이 아니라 행동에 있다. 규칙은 지켜졌을 때에만 인정받을 수 있고 가치가 있다. 깊이 생각하고 늘 신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까닭은, 그런 자세가 우리의 에너지를 집중하고 다양한 행동을 하나의 목표로 모아주기 때문이다. (-)

 

  그림이란 게 뭐냐? 어떻게 해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그건 우리가 느끼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서 있는, 보이지 않는 철벽을 뚫는 것과 같다. 아무리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 그 벽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인내심을 갖고 삽질을 해서 그 벽 밑을 파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럴 때 규칙이 없다면, 그런 힘든 일을 어떻게 흔들림 없이 계속해 나갈 수 있겠니? 예술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위대한 일은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을 때 이룰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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