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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공간 ㅣ 책세상총서 3
모리스 블랑쇼 / 책세상 / 1998년 6월
평점 :
품절
작품은 작가에게 모든 "자연", 모든 성격을 상실할 것을 요구한다. 그를 자기이게 하는 결단에 의해 타인과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그치게 한다. 그리하여 그로 하여금 비인칭의 긍정이 예고되는 공허한 공간이 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요구라고 말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이 의무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으며 내용도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강요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호흡해야 할 공기일 뿐이다. 이것은 그 위에 자신을 고정시켜 우리가 사랑하는 얼굴들이 보이지 않게 되는 빛의 마멸일 뿐이다. 마치 가장 용감한 사람들도 오로지 계략을 씀으로써만 위험에 과감하게 맞서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부름에 답하는 것은 진실의 부름에 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무언가 이야기할 것이 있고, 그들 내부에서 해방시켜야 할 세계가 있으며, 감당해야 할 임무가 있고, 정당화해야 할, 그러나 정당화할 수 없는 그들의 삶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예술가가 그를 격리시키고 이 격리 속에서 그를 그 자신으로부터 박탈해버리는 이 원초적인 경험에 몸을 내맡기지 않는다면, 또한 그가 오류나 무한히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주의 끝없음에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다면, 사실 시작이라는 말은 상실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정당화는 예술가에게는 결코 떠오르지 않으며, 그의 경험 속에 주어지지도 않는다. 그러한 변명은 오히려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제외된다. 예술가는 이러한 사실을 그가 일반적인 예술을 믿듯이, "일반적"인 경우로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자신의 작품은 이러한 변명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의 탐구 또한 이런 변명을 알지 못하며, 변명을 알지 못하는 이 무지의 고민 속에서 작품은 자신을 추구할 따름이다.
모리스 블랑쇼 _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