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진스키 영혼의 절규
바슬라프 니진스키 지음, 이덕희 옮김 / 푸른숲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 "이건 병사들의 얼굴이지. 그건 전쟁이야." (-)

  (-) '쉬브레타 하우스'의 공연이 있던 날 (-) 그는 연습복을 입고 무대에 나타나서 "여러분에게 우리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고통받는가를, 우리 예술가들이 어떻게 창조하는가를 보여주겠다."라고 말한 뒤 의자 하나를 집어 관중들을 마주하고 앉아 거의 30분 동안 꼼짝도 않고 그들을 응시했다. 관중들은 최면에 걸린 듯 부동의 자세로 앉아 있었다. 이윽고 그는 일어나 흑백의 벨벳 두루마리를 몇 개 집어서 그걸 가지고 방 길이만한 검은 십자가를 만들어 그 자신 살아 있는 십자가로서 두 팔을 벌린 채 십자가 꼭대기 위에 섰다. "이제 나는 여러분에게 전쟁을 춤추겠습니다. 전쟁의 고통과 파괴를, 그로 인한 죽음을, 여러분이 저지하지 않았던 전쟁, 그래서 여러분에게도 역시 책임이 있는 전쟁을."


점심 식사는 아주 좋았다. 살짝 익힌 달걀 두 개와 기름에 튀긴 감자와 콩을 먹었으니까. 나는 콩을 좋아하지만, 그것들은 메마르다. 나는 마른 콩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 속엔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


(-) 죽음은 삶이다. 인간은 신을 위해 죽는다. 신은 움직임이다. 그러므로 죽음은 필요한 것이다. 육체는 죽지만 정신은 산다. 나는 살고 싶다. 하지만 내 손은 힘이 빠지고 있다. 손이 내게 복종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오랜 시간을 쓰겠다. 신은 내게 나의 삶을 기술하기를 원한다. 그는 나의 삶이 훌륭할 것이라 여긴다. 나는 '훌륭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달리 생각했다. 나는 나의 삶이 훌륭하지 못할까봐 두렵지만 나의 삶이 훌륭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지만 나 자신은 사랑받지 못한다. 나는 내일 계속해서 쓰겠다. 신은 내가 쉬기를 바라기 때문에……

 

  (-) 나는 내가 쓰는 모든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나는 신의 자손이지 원숭이의 자손이 아니다. 만약에 내가 느끼지 못한다면 나는 한 마리 원숭이다. 만약에 내가 느낀다면 나는 신이다. (-)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춤을 추겠다. 아내에게 나는 완벽한 가구들이 갖추어진 집을 주고 싶다. 그녀는 내가 곧 죽을까봐 겁이 나서 나의 분신인 어린 사내아이를 갖고 싶어한다. 그녀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이건 그녀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는 육체에 깃들인 감정이지 육체 속의 지성이 아니다. 나는 육신이다. 나는 감정이다. 나는 육신과 감정 속의 신이다. 나는 인간이지 신이 아니다. 나는 단순하다. 사람들은 나를 생각해선 안 된다. 그들은 나를 느끼고 느낌을 통해서 나를 이해해야 한다. (-)


 (-) 나는 조용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나는 삶을 원한다. 나는 죽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바란다. 나는 신뢰받기를 바란다. (-) 나는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도록 하고 싶다. 나는 살인을 원치 않는다. 나는 아내에게 내 노트를 읽는 자는 누구라도 쏘아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에 내가 총을 쏜다면 나는 흐느껴 울 것이다.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나는 인간들을 사랑한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은 내가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앓고 있지 않다. (-) 신은 아내가 나를 버리기를 바란다. (-) 나는 그녀가 내 곁에 남기를 기도하겠다. (-) 나는 그들이 나를 감옥에 집어넣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나는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울고 있다. 나는 감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감옥에서 살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리볼버 권총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 나는 그녀를 울게 하려고 그녀에게 날카롭게 말했다. 나는 눈물을 좋아하니까 말이다. 나는 슬픔 때문에 쏟아지는 눈물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녀에게 가서 입맞춤을 하겠다. (-) 나는 그녀의 사랑을 원한다. (-) 내 어린 딸은 노래하고 있다. "아, 아, 아, 아." 나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러나 그 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느낀다. 그 애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모든 것은―아! 아!― 공포가 아니고 기쁨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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