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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푸가 - 파울 첼란 시선
파울 첼란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11년 7월
평점 :
아무도 흙으로 진흙으로 우리를 다시 빚어 주지 않는다,
아무도 우리의 티끌에 혼을 불어넣어 주지 않는다.
아무도.
_<찬미가> 중에서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마신다 저녁에
우리는 마신다 점심에 또 아침에 우리는 마신다 밤에
우리는 마신다 또 마신다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비좁지 않게 눕는다
_<죽음의 푸가> 중에서
우리는 서로 바라본다,
우리는 서로 어두운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서로 양귀비와 기억처럼 사랑한다,
우리는 잠을 잔다, 조개에 담긴 포도주처럼,
달의 핏빛 빛줄기에 잠긴 바다처럼.
_<코로나> 중에서
그는 헛맞추지 않고,
돌을 돌로 치며,
그의 시계에서는 피가 울리고,
그의 손에서는 그의 시각이 시간을 친다.
그이, 보다 아름다운 공을 가지고 놀아도 좋다
너에 대해, 나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다.
_<누군가> 중에서
기도하소서, 주여,
저희가 가까이 있나이다.
_<흑암> 중에서
흑암: Tenebrae. '어둠' 외에도 '죽음의 밤'이라는 뜻도 있는데, 특히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직후 골고다 언덕을 뒤덮은 어둠을 가리킨다. (-)
침묵, 숯이 된
두 손 안에서
금처럼 끓인.
커다란, 잿빛,
모든 잃어버린 것처럼 가까운
누이의 모습.
_<연금술의 소화액같이> 중에서
그 부스러기로
당신은 우리의 이름을 새로 반죽하고
그 이름들을 내가, 당신 눈과
닮은
외눈을 손가락 끝마다 달고
닳도록 더듬는다,
깨어나며 당신에게로 다가갈 수 있는
한 자리를 찾아
환한
_<꿈꾸지 못한 것에> 중에서
시는 자신을 주장합니다-그렇게 극단적인 말을 많이 하고 나서 이런 말까지 하는 걸 용서하십시오-시는 자신을 주장합니다, 자기 자신의 가장자리에서요, 자신을 되부르고 데려옵니다, 존속할 수 있기 위해서요, 몸을 내맡기지 않고 그것의 '이미 더는 아님(Schon-nicht-mehr)'에서부터 자신의 '그래도 아직(Immer-noch)'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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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그 어떤 조건에서도!-여전히-인지하는 사람의, 나타나는 것을 향하고 있는 사람의, 이 나타나는 것에게 묻고 말을 거는 한 사람의 시가 됩니다. 시는 대화가 됩니다-자주 절망적인 대화이지요.
(-)
저는 그 모든 것을 매우 부정확한, 불안하기에 부정확한 손가락으로 지도 위에서 찾고 있습니다-아이들을 위한 지도 위에서요, 고백하지 않을 수 없듯이.
이 장소들 중 그 어느 곳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압니다, 그런 장소들이, 특히 지금, 틀림없이 있으리라고, 그리고...... 저는 무언가를 찾아냅니다!
_<자오선-게오르크 뷔히너 상 수상 연설> 중에서
-돌 위에 나는 뉘어 있어, 그때, 너 알지, 석판 위에, 그리고 내 곁, 거기 그들이 뉘어 있었어, 나 같았던, 다른 사람들이, 나와 달랐던 사람들이 똑같이, 형제자매들이, 그리고 그들이 거기 누워 있었어, 자고 있었어, 자고 있었어, 또 자고 있지 않았어, 그들은 꿈을 꾸었어, 또 꿈을 꾸지 않았어, 그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고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어, 내가 그저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누가 그저 '한 사람'을 사랑하려 하겠어, 그런데 그들은 여럿이었어, 거기 내 주위에 빙 둘러 누운 사람들보다도 훨씬 많았어, 그런데 누가 모두를 사랑할 수 있다고 하겠어, (-)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없었던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어, 나는 촛불을 사랑했어, 거기서 왼쪽 구석에서 타고 있는 촛불, 난 그걸 사랑했어, 그것이 타 내렸기 때문에, 그것이 타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 형제자매여, 촛불이 아니라, 나는 그 '흘러내리는 불타오름'을 사랑했어, (-)
_<산속의 대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