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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의 사생활 - 이승우 장편소설 ㅣ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7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평점 :
욕망의 서사와 충동의 서사는 많다. 이를테면 "이것을 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할 것이다"의 논리를 따르는 것이 욕망의 서사이고, "난 이것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하고 있다"의 논리를 따르는 것이 충동의 서사다. (-)
가브리엘 마르셀Gabriel Marcell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당신은 죽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말한 바 있지만, 어쩌면 사랑을 준다는 것이야말로 '나는 죽지 않아도 된다'고 자기 자신에게 말할 수 있게 해주는 고귀한 행위다. 이런 사랑이 있는 한,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남천'이라는 성소는 사라질 수 없을 것이고, 삶은 무의미하므로 세상은 멸망하는 편이 낫다는 식의 말도 우리는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다.
_신형철_세속 시대의 성소聖所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