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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79호 - 2014.여름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박솔뫼의 가정법, 장황한 문장들이 끌어당기는 이곳 아닌 저쪽의 풍경은, 불가능이라는 표적에 명중해야 했던 화살이 일시적으로 빗겨가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장황한 동안' 유지되는 가수假睡의 상태. 이게 <정창희에게>에서 박솔뫼 문장이 갖는 모호함이고 나를 애타게 하는 근거이다. 지속할 수 없음을 아는 안타까움. 쏟아지는 문장들 속에서 깨고 싶지 않은 꿈속 장면이 잠깐, 지금 존재할 수 없는 창희의 형상이 언뜻 비치는 그때 나는 초조하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기만으로서의 꿈의 형상이 깨어질 거라는 조바심. 나는 작가가 쏟아내는 방언으로부터 분리된 타인이었다가, 작가가 꾸는 꿈에 대한 목격자로서 그의 그럴 수밖에 없음에 대해 알게 된 자로서 책임을 요구받는다. 나는 보고 있지만 그 상황에 대한 권리가 없다. 이것이 작가가 독자인 나에게 주는 느낌이다. 겸손해질 것. 무력해질 것. 소용없음을 인정할 것. 이 무력감은 익숙하다. 그것은 내가 이별이나 죽음 등에서 체험했던 것이다. 결국 그 문장과 장면에서 내가 상기하는 것은 그 고비의 감정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