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 허수경이 사랑한 시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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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타계한 진이정 시인은 나에게는 문우였고, 시에 대해서라면 긴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다방에 앉아서 토론을 하곤 했던 벗이었다. (-) 그가 남긴 단 한 권의 시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에 해설을 썼던 황현산 선생님은 진이정이 마치 그의 죽음을 알았다는 듯 마지막 시편들을 썼다고 말했다. 한없는 지적인 호기심, 세상에 대한 따뜻함과 이를 배반하는 세상에 대해 열렬하고도 깊은 시를 쓴 자, 진이정. 그의 제는 어느 절에 모셔져 있었는데 어느 해 나는 서울에서 그의 제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그 제삿날 등성이에 머물고 있었던 해는 정확히 이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작 여섯 살이었을 적에도 이토록 여섯 살이진 않았던 시인의 눈에 머물던 해거름의 지는 해. 우리는 언제나 어린애고, 영혼은 어떤 시간을 살아가도 이렇게 낯설게 우리가 누구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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