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 지음, 박민철 옮김 / 하나의학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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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아서 뭐해?

나는 그런 질문을 자꾸만 던졌다. 

다른 사람들은 내게 이런 위로의 말을 해 주었다.

"그건 일시적인 현상이야. 곧 지나가 버린다구. 넌 곧 괜찮아질 거야."

이런 사람들은 내 기분을 잘 모르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내 기분을 안다고 그릇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자신을 향해 백 번도 넘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느낄 수 없고, 움직일 수 없고, 생각할 수 없고, 세상사에 관심이 없다면, 그건 시체잖아? 과연 그런 상태로 살 필요가 있을까? 정말이야. 사람이 그저 숨만 쉬면 살아 있는 거야?

내 마음의 병적인 상태는 자신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였다. 죽음과 그 일행이 늘 주위에서 맴돌았다. 나는 어디에서나 죽음을 보았다. 그러면 마음의 눈에는 시체를 덮는 거적, 시체의 발가락에 둘러치는 인식표, 시체를 넣는 마대자루가 크게 확대되어 보였다. 그 어떤 것을 보아도 예사롭지 않았고, 그 모든 것이 결국 인간은 영안실에서 끝장난다는 것을 일러 주었다.

내 기억은 마음의 하수도를 들여다보는 창구가 되었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라고는 과거의 괴로웠던 추억뿐이었다. (-)

(-) 머리를 감는 데 몇 시간이 걸렸고, 또 머리를 말리는 데 몇 시간이 걸렸다. 얼음 얼리는 트레이(그릇)에다 물을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는 것은 감히 생각해 볼 수 없는 큰 일이었다. 나는 낮에 입었던 옷을 입은 채 잠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너무너무 피곤하여 옷을 갈아입을 힘마저 없었던 것이다.


"(-)환자는 자신의 느낌에 매우 당황하고 있으며 우울증이 어떻게 진행되든 상관없이 '그런 느낌을 참을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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