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종로3가 / 종로3가 타자
서울퀴어콜렉티브 지음 / 서퀴콜프레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트랜스젠더, 퀴어 이렇게 스스로 설명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나를 설명하는 말, 이 말을 고정적이고 단단한 개념으로 하는 것이 필요한가요? 다들 그렇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싶어 하는데 저는 그렇게 하는 게, 역으로 현실 트랜스젠더들의 삶을 안 좋게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트랜스젠더들이 자기를 설명하기 위해 난 이렇게 태어난 거야, 난 트랜지션을 하고 싶고 수술을 받고 싶고, 그러며 행복해하고. 이걸 계속 말하게끔 요구 받으니까. 호르몬하다가 식을 수 있잖아요. 좀 피곤하다, 이럴 수 있는데 계속 뭔가 만족스럽고 지금의 내가 너무 좋아, 그래야 하는 거예요.

 

(-) 저는 안 당당할 수도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사람이 그렇잖아요. 당당할 때도 있지만 어떨 땐 좀 주눅들 때도 있고 좀 내가 싫을 때도 있고. 그런데 헤테로가 나 내가 싫어이러면 옆에서 요즘 너 그렇구나이러는데, 게이가 갑자기 요즘 내가 싫어이러면 사람들이 심각해지고. 혹시 자살할까봐 옆에서 괜찮아, 너는 아름다운 사람이고이러는 게. 그게 고마울 때도 있죠. 죽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그런데 어떨 땐 . 이거, 사람 누구나 다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감정 아닌가? 그럼 난 항상 행복한 사람이어야 하나이런 생각들 때가 있어요.

 

(-) 우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탐구하는 이유가 어디 딱 도착해야 될 데가 있어서, 도착하면 갑자기 아 난 이제 찾았어, 완벽해.” 이런 게 아니잖아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를 탐색하고 나를 알아가고 나를 둘러싼 세상과 나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고. 나와 나의 몸, 나와 내 삶의 관계를 탐색하는 과정이 저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봐요.

 

(-) 2~3년 전까지만 해도 일상적으로 치마를 많이 입고 다녔어요. 학교 갈 때 치마 입고 가고 생활할 때, 외출할 때 많이 입었죠. 근데 종로는 치마 입고 못 가겠단 생각을 했어요. 오히려 강의실엔 들어갈 수 있어요. (-) 종로는 치마를 입고 가면 그 사람들의 표정? ‘아 나 저거 뭔지 알아. 트랜스.’ 이런 표정으로 있거나, 괜히 와서 너는 살을 좀 빼는 게 좋겠다는 둥 이런 참견을 하기도 하고. 종로라는 공간이 사실은 굉장히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여기 오면 우리 다 동질적이야라고 느끼게 하는 그런 이상한 측면이 있어요. 제가 어떤 이질적인 존재가 되는 거예요. 거기서 오는 불편함도 있고. 그래서 치마 같은 걸 잘 안 입고 갔죠.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여긴 우리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야라고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 인권 운동하는 사람들이 아 왜 이 공간 안에 이런 사람들이 오지 못할까. 우리가 그 사람들을 배제하고 있는 건 아닐까이런 고민을 하는데 어떤 순간에 보면 너네가 그 사람들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광대한 영역이 있고 오히려 너희는 구석에서 너희들끼리 모여서 놀고 있는데 네 눈에 안 보인다고 배제하고 있나?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않아?”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어요.

 

(-) 인권단체를 가니까 저한테 정체성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전 그게 좋더라고요. 설명을 하는 게 좋다기보다 이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어떤 공통된 속성을 가진 사람일 거라고 가정하지 않는 데서 오는 편안함. 하나하나 정체성으로 인정을 해 달라 여기에 방점을 찍는다기보다는,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이 공통된 욕망이나 뭔가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너무 쉽게 가정하지 말자는 거죠.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왜냐면 그럴 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되게 불편하니까.

(-) 저도 저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을 거 같아요. 그런 개념을 하나하나 다 빠르게 업데이트하는 데 초점을 두기보단 이 안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가정들을 버리기 시작하면 그게 훨씬 편안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잘 모르는 어떤 개념, 이 안에서 잘 통용되지 않는 어떤 개념으로 자기를 설명하고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는 사람이 오더라도 훨씬 더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이 공간으로 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사실 LGBT라는 게 기획이잖아요. (-) 예를 들어 저는 트랜스젠더로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데, 레즈비언 공동체의 문화나 이런 어떤 부분들보다 장애운동이나 이주운동을 볼 때 엄청 와 닿거든요. 이주운동에서 그 사람들이 겪는 문제와 제가 겪는 어떤 문제들이 비슷한 구조로 만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러면 저는 저쪽이랑 같이 뭔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 사실은 경제적 차이나 정치적 차이, 사회제도적 차이 같은 것들이 훨씬 더 크게 있고, 거기에서 오는 온갖 종류의 문제들이 있는데, (-) 우리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야 되는 거죠. 이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어떤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나? 이 안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할 때 이게 단순히 어울리기 힘들기 때문일까? (-)

 

도균, 존재의 위계, 공간의 위계」 『타자 종로3/종로3가 타자(서퀴콜 프레스, 2020)

 

소중이 도균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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