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사 데일리워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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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저녁 식탁에서는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다들 너무 화가 났으므로.

유일한 소음은 본차이나*에

부딪는 순은의 챙그랑 소리와

다른 집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소리뿐이지만

이것이 네게 시를 주리라.

 

부엌에는 긴장을 끊어낼 만큼

잘 드는 칼이 없고

할머니의 손은

떨리고 있다.

고기와 얌 스틱에 목이

메도

소금 좀 주세요,

속삭일 용기도 감히 낼 수 없지만

이것이 네게 시를 주리라.

 

아빠는 입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오늘밤 아빠 자신도 확실히 잘 모르는

이유로

불꽃이 번쩍 튈 만큼 너를 때리기로

작정했다.

너는 피멍이 든 채 떠날 것이다.

너는 피멍이 든 채 떠날 테지만

이것이 네게 시를 주리라.

 

피멍은 산산이 부서지리라.

피멍은 산산이 부서져서

검은 다이아몬드가 되리라.

아무도 반에서 네 옆자리에 앉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네 인생은 잘 풀릴지도 모른다.

분명 처음에는 그러지 못하겠지만

하지만 그것이

네게 시를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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