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봄날 보통학교 동창회를 다녀왔다. 육십 년 만에 만났다고 했던가. 인생을 겪고도 또 겪어 할머니가 다 되어,
이제 파뿌리가 된 작은 소녀들은 바닷가에 배를 띄워놓고 소주도 조금 마시고 맥주도 조금 마시고 옛이야기 사이사이에 깔깔거렸다고 했다. 선생님 부부도 참석하셨는데 그분들은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했다. 일본인이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이 다 할머니이니 선생님 부부는 그들보다 더 나이가 들었건만 제자들이 주는 대로 맥주도 잘 마셨다고 했다. 그리고 헤어질 때 서로 서로 손목을 잡고 울었다고 했다. 아마도 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만남일 것이기 때문이리라. 자신의 삶에 대한 설움과 연민에 겹쳐 서로를 부여안고 우는, 한 세대가 사그라지는 순간을 어머니는 보고 왔건만 명랑하게 하시는 말씀, "선생님이 숙사에서 낮잠 잘 때 숙사 문을 바깥에서 잠가버렸단다. 점심시간이 끝나고도 선생님은 숙사에서 나오지 못하고, 우린 학교 땡땡이 치고 조개 주우러 갔단다. 아이구 말도 마라, 그 봄볕이 얼마나 살갑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