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아려 본 슬픔 ㅣ 믿음의 글들 208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강유나 옮김 / 홍성사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상처로부터 그렇게 빨리 회복하고 있느냐고? 그러나 그 질문은 애매하다. 맹장을 떼어 내는 수술을 한 후 회복하고 있느냐는 질문과, 다리를 절단한 후 회복하고 있느냐는 질문은 사뭇 다른 의미이다. 수술이 끝나면 다친 곳이 아물든지 환자가 죽든지 둘 중 하나다. 만약 아문다고 하면 격렬하고 지속적인 고통도 잠잠해질 것이다. 그는 곧 원기를 회복할 것이며 의족을 하고 쿵쿵거리며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는 ‘회복하였으니까.’ 그러나 잘린 부위를 통해 평생토록 쿡쿡 쑤시는 고통을 느낄 것이며 상당히 아플 수도 있다. 그리고 그는 언제까지나 외다리 사나이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그가 그 사실을 잊는 순간은 거의 없다. 목욕할 때나 옷 입을 때, 앉아 있을 때나 다시 일어설 때에도, 심지어는 잠자리에 누웠을 때에도 모든 것이 다를 것이다. 그의 모든 생활방식이 바뀔 것이다. (-)
현재 나는 목발 짚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아마도 곧 의족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결코 두 다리로 서게 될 수는 없다.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은 게임에 돈을 걸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게임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분명 이와 같다. 하나님이든 아니든, 선한 신이든 우주의 가학적 신이든, 영생이든 비존재든, 그에게 아무것도 걸지 않으면 진지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다가 판돈이 엄청나게 높아져 마침내는 가짜 돈이나 푼돈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진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할 순간이 되어서야 얼마나 진지하고 심각한 사태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