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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평점 :
택시기사 얘기를 해볼게요. 제가 택시를 타고 가는데요. 우회전을 해야 하는 길인데 어느 차가 비상등을 켜고 서 있어요. 그래서 비난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고요. 저 차가 왜 저기 서 있지, 했는데 기사님이 그래요. "손님, 도로에 서 있는 차는 다 이유가 있어요." 제가 고수가 나타났구나 했죠. (웃음)
살다보면 죽고 싶을 때가 있죠. 내일 아침 눈을 안 뜨고 싶다, 하는 순간들이 있죠. 그런 순간도 있고 어떤 인간이 너무 나를 괴롭히기 때문에 저 인간을 내가 죽여버리고 싶다 생각할 수도 있고 내가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으면 좋겠어, 죽었으면 좋겠어,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과 내가 죽고 싶은 마음의 스펙트럼이 다 넓은데 그 마음을 그냥 먹었을리 없잖아요. 내가 죽을까? 해서 죽는 사람은 없다는 거예요. 누가 죽었으면 좋겠다,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도로에 차가 서 있으면 이유가 있는 거죠.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차가 고장났거나 갑자기 급한 통화를 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남들이 뭐라고 하면 무정하다 그럴 텐데, 남들이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는 비난하기 쉬운 거죠.
요즘 영화 <생일>이 개봉됐잖아요. 그게 안산 치유공간 이웃에서 그 아이가 없는데 아이의 생일이 돌아오면 엄마들이 너무나 괴로워해서 아이들을 돌아가면서 2년 동안 생일 모임을 했던 거 같아요. 그 이웃 치유자 선생님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생각했죠. 이걸 하면 무엇이 좋아지는 것일까, 아이는 없는데, 같이 울고 웃고 얘기하고 한 달 정도 준비하고 한 아이에 대해 얘기하는 게. 아무리 잘해도 빵점짜리 일인 거예요. 아이가 살아 돌아오기 전에는 어떤 치유 작업도 그들에게는 빵점짜리 일인 거예요. 그런데 왜 할까.
치유의 원리가 그런 거예요. 뭘 하면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인간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에는 가장 비효율적인 일이 효율적이죠. 가장 비경제적인 일이 효율적이에요. 이 빵점짜리 일을 안 하게 되면 누군가는 마이너스 천점, 마이너스 사백점까지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걸 아니까 그 일을 하는 거예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우리가 조금 의미 있는 일을 했구나 하는데, 그 생일 모임이 끝나고 나면 엄마들이 일주일 정도 두문불출하는 경우가 많아요. 집에 돌아가니까 아이의 부재가 너무나 더 생생해지는 거예요. 친구랑 얘기했고, 웃었고 했는데 집에 돌아오니까 없어요. 그래서 앓는 거예요. 너무 앓아요. 하지만 그 이후엔 달라질 수 있어요. 성과에 급급하면 이 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게 되풀이될 수 있죠. 그렇게 빵점짜리 일을 향해 가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공감의 핵심인 것이죠. 어떤 사람에게 눈을 포개고 마음을 포개면, 죽을 작정을 한 사람도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그런 걸 경험칙으로 우리가 알게 된 거죠. _이명수, 공원에서 만난 혁신가, 강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