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 김언 시론집
김언 지음 / 난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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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좁아서 더는 좁아질 것도 없는 구석에서 자라는 상상의 끝은 다시 너무 넓어서 희박해질 대로 희박해지는 한 존재를 떠올린다. 그것은 한 사람이면서 한 여자이고 한 여자이면서 숱한 인간들의 흔적이 녹아서 만들어진 복수의 존재. 단지 몇 사람의 흔적이 아니라 수십 수백만의 숨결과 눈물과 속삭임이 한곳으로 흘러들어 만들어진 존재. 도시 전체를 뒤덮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존재이자 하나의 윤곽으로 그 여자는 걸어다닌다. 어떤 도시를. 어떤 거리를. 그리고 뒷골목을. 배회하듯이 유랑하듯이 도시의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그 여자를 뭐라고 부를까. 일단은 ‘그 여자’라고만 부르자. 몇 년 전의 어떤 소설이 그렇게 부르면서 시작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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