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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수기 - 세상 끝에 선 남자 ㅣ 아시아 문학선 5
주톈원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3년 4월
평점 :
사람을 시켜 내게 보내준 비디오에서 아야오는 시위 군중들과 함께 손짓을 해가면서 "행동하자, 맞서 싸우자, 에이즈에 맞서 싸우자(Act up. Fight back. Fight AIDS)"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이런 모습은 내 마음을 움직이지도 못했고 나를 설복시키지도 못했다. 아야오는 조직과 운동을 믿었지만 나는 비교적 비관적인 성격이라 세 사람 이상이 모이는 어떤 집회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 아야오는 용감하게 에이즈에 맞서 싸우고 있었지만 그의 생명은 모래시계 속 모래알처럼 눈앞에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갠지스 강의 모래알만큼이나 무수한 오징어 떼가 미친 듯이 교미하며 바닷물까지 붉은 노을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을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바라보며, 문득 상대를 가리지 않고 섹스하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던 아야오의 인생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