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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은

우리옆집에

산다

  

 

북토크

 

정혜신

진은영

이명수

 

 

홍대 벨로주

PM07:30

 

 

 

지상에서 천국을 찾지 못한 사람은

하늘에서도 천국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어디로 이사 가든

천사들이 우리 옆집을 빌릴 테니까.     - 에밀리 디킨슨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년하고도 한 달이 넘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는 진실과 함께 아이들이 잠들어 있다. 세월호가 가져다 준 충격과 비현실같은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을 보면 세월호 피로를 언급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재앙같은 트라우마를 겪으며 무기력때문일 수도.

 

세월호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는 중에, 이번 창비에서 '금요일엔 돌아오렴' 에 이어 '천사들은 우리옆집에 산다'를 발간했다. 시인 진은영이 묻고, 쌍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와락'에 이어 안산에 거주하며 치유공간 '이웃'을 만든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답한 글모음이다. 사실 이번에 안 사실인데 진은영 시인은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라고도 한다. 계절이 세번 바뀌는 동안 세월호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인문학자와 정신과 전문의의 관점으로  오고간 대화록이랄까.

 

지난 수요일, 책이 나오면서 알라딘 북토크 행사가 있어서 응모한 것이 당첨되어서 참석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이전이라고 했지만 한 2년 전..) 상상마당에서 행사를 자주 했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벨로주로 옮긴것 같다. 벨로주는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아담하고 깔끔했다. 계단을 내려와 별도의 문이 없어 지산에 오고가는 차소리와 소음이 좀 크게 들린 다는 게 흠이라면 흠.

 

일찍 도착해서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러면서 정면도 아닌 곳에 자리를 잡았다. 현장에서 판매하는 책을 구입하고 북토크가 시작하기까지 천천히 읽어보았다.

 

이번 북토크는 저자와 사회자 이명수로 진행되었다. 이명수 님은 심리기획자이자 칼럼리스트라는데 정혜신 님의 남편으로 같이 '이웃'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뵙는 분이었는데 뭔가 열정적이고 개성강하신 듯한 인상이었다.)  심리치유공간 '이웃'에서 만나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애써 울음을 참는 정혜신 님의 모습에 울컥하기도 했다가 이명수 님의 재치있는 진행에 웃기도 하면서 2시간이 지나갔다. 

 

북토크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질문 하나.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북토크 참석자 모두가 갖는 물음일 것이다.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뭐라도 하고 싶은데 내가 도움 되는 게 있을까. 답답한 현실 앞에 세월호 관련 책을 읽고, 이 곳까지 왔을 것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이명수 심리기획자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OO 밖에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러면 그 것을 하시면 된다.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상담이라서 하는 것이고,

시인들은 할 수 있는 게 시이기 때문에 낭송회를 하는 것이다.

전 직장 동료가 4시 16분 이면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기도를 하곤 했었다. 천주교신자였던 동료는 다니는 성당에서 다같이 하는 일종의 약속, 이라고 했는데 4시 16분 핸드폰 알람이 켜지면 세월호로 희생된 이를 위해서 짧지만 온전히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하였다.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다. 책에서도, 북토크에서도 별이된 아이들, 어른들, 그리고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했다. 종교를 떠나 온전히 그들을 위해서.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마 간절하게, 온전하게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책도 읽어야지. 어쩌면 세월호 관련 책을 읽는 것도 세월호 트라우마 치유의 한 과정일 수도. 그러다보면 점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MEMO

    •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배려가 오히려 더크고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잇다.
    •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게 아니라, 아픈만큼 파괴되는 트라우마.
    • 모두에게 강요받는 슬픔의 진도
    • 모든 사람은 치유적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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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소년들이 온다'를 읽고 난 후였다. 80년 봄과 동호를  아직 가슴에 품은채로 이 책을 읽었다. 그 안에는 또 다른 봄날의 기억과 또다른 동호들이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난 여느 때와 같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업무상 항상 켜 두는 네이트온 알림 메시지로 뜬 '속보'로 사고를 처음 알았다. 이내 전원구조, 그리고 번복된 오보 발표. 그제서야 잠시 일을 뒤로 미뤄두고서 인터넷뉴스를 켰다. 망망대해에 상어처럼 꼬리만 남겨둔 사진이었다. 저 상어가 아이들을 집어 삼켰구나. 그렇게 상어한 마리가 바닷 속으로 잠수하는 모습을 맥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 많은 아이들이, 사람들이 있을텐데 말이다.

 

그 날부터 뉴스를 보기도, 인터넷 영상을 클릭하기도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왜 저 배가 가라앉았는지, 왜 구조가 안된건지, 어이없는 의문의 해답을 찾고자 작은 기사, 짧은 영상 하나 놓치지 않으려했다. 그리고 실종자에서 희생자로 숫자가 넘어가는 뉴스를 보았다.

 

금요일은 수학여행에서 돌오는 날. 제주도에서 보낸 이야기 보따리로 가족들과 즐거운 주말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가족들은 그 날로부터 시간이 멈춘 채 아이들을 가슴에 품어야만 했다. 단편적인 뉴스와 영상 뒤의 사연과 고통이 작가기록단이 한 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담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아이들이 알고 지낸 동생같았고, 부모님들이 문 열고 나가 마주치는 이웃 같았다.

 

속에서 울화가 치밀고 미치겠더구만. 저놈의 새끼들이 나가라고 했으면 다 살고 지금도 막 웃으면서 대화했을 텐데 그렇게 없어졌다고 생각하니까. 지금도 집에 가있으면 10시 반이 되면 꼭 문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애. '아빠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그 시간되면 쳐다봐. 우리 집안에 아주 고명딸인데.

 - 유미지 아버지 유해종 씨 이야기 중에서

 

수중수색은 종료되었고, 인양만이 남았다. 설마했던 일은 언제나 일어나는 것처럼, 인양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가 침묵속에 가라앉은 날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그만하라고, 오히려 유가족들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한다. 살아가야 하는 날을 정말 살아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먼저일까. 정말 인간적으로 이럴 수 있을까.

 

누구는 진실을 밝히는 게 뭐 중요하냐. 앞으로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라고 하는데. 썩은 데가 있으면 그곳을 파내고 새 살이 돋아나게 해야하는데 그냥 두고 새 살이 돋길 바라는 것은 말도 안 돼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못하고 의문만 남기는 법이라면 제2,제3의 세월호 참사가 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어요. 그때 가서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냐고. 

-임세희 학생 아버지 임종호 씨 이야기 중에서

하필이면 '세월호'다. 세월은 야속하게 흘러갈 것이다. 흘러가는 '세월'이라는 말에는 바다에 가라앉은 아이들이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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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 교토의 명소,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한달에 한 번씩 독서감상문을 내곤 했었다. 보통 권장도서 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그 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였다. 운동장에서 노는 것 보다는 방 안에서 책읽는 것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앉아서 여러 지역의 문화재를 느낀다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었다.

 

시간이 흘러 나의문화유산답사기 뒤에 숫자가 늘어나면서 마치 학생때로 돌아가 권장도서목록처럼 읽어야만 하는 책처럼 읽곤 했었다. 일본편이 처음 나올 때도 그랬던 것 같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만큼 호기심이 동하기도 했고,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일본편 1권을 읽었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만큼이나 같으면서도 다른 일본의 문화를 역사와 함께 읽는 것은 1석 2조의 즐거움이라고나 할까.

 

그런만큼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의 마침표인 4권을 누구보다 빠르게 받아본다는 특별한 즐거움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일본 문화유산이 가지는 그들만의 역사가 있고, 그것이 우리역사와 맞닿아 있는 사연이 있었다. 이를테면 건인사의 내력과 우리의 팔만대장경 이야기처럼.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내력을 기억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숭유억불에 따라 절이 산으로 올라가고, 관련 책들이 화마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일본도 폐불훼석을 겪었다. 우리가 문화재 소실이라는 심각성과 아쉬움을 토로한다면, 일본인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가 폐블훼석 떄 흥복사가 망가져가는 과정을 자세히 언급한 것이 일본인들에게 충격일 것이라는 일본한 연구자의 언급이 일본인의 역사인식을 드러내

 

어쩌면 일본과 얽힌 뼈아픈 근대사가 아직도 현재 진행중으로 남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천황이 행한 일이고, 자신들의 문화 파괴를 심각하게 생각지 않은데 하물며 남의 나라라면 더 말해 무엇할까.

 

400쪽이 넘는 분량을 읽으면서 저자가 거닐었던 동선을 따라 교토의 명소를 거닐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부록으로  첨부된 답사 일정표대로 따라가기는 힘들수는 있겠지만 책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으니 나만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이번 편으로 나의문화유산답사기의 대장정을 마친다고 하지만, 그의 답사력과 필력을 믿는다. 고로 떠오르는 강국인 중국편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별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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