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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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그러하겠지만, 좋아하는 음악에는 나만의 사연이 있다.

-굉장히 감정적으로 메마른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런 음악 한 곡 정도는 있지 않을까.

그 책을 읽으면 그때 들었던 음악이나 냄새가 기억나고

이곳에 오면 그때 들었던 음악이나 분위기가 기억나고

이런저런 기분일 때는 꼭 찾아 들었던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또 생각난다.

지겹다고 하면서도 들을 수밖에 없는 그런 음악들.

박상 작가의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은 

이런 작가의 경험과 그 경험과 연관된 음악이 소개된 음악과 여행 에세이다.




우선 이 책 재미나다. 묘하게 웃기는 구석이 있다.

솔직하게 첫인상은 안 웃기고 진지한 사람이 엉뚱한 말과 생각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그래서-뭐야, 이 사람! 알고 보니 웃기잖아.- 하는 그런 느낌이 든다.




'글이 너무 가볍지 않아?' '너무 본인의 경험 아냐?' 하는 느낌이 어느 순간

글에서 작가의 경험과 음악이 함께 느껴진다.


특히,

용한 점쟁이에게서 "오줌 마려우면 못 참지?"라는 말을 듣고, 한참 뒤 몽골에 여행 간 작가.

고비사막에 있는 신비한 계곡 욜린암에 가게 된다. 그 순간 갑자기 요의를 느끼고 가이드에게 "자연을 이용하면 되나요?"라고 묻게 되는데 가이드가 정색하며 하는 말이


아니오! 절대 싸면 안 돼요. 여기서 오줌 싸면 한 달 안에 죽어요. 여긴 굉장히 신성한 장소예요.(본문 099쪽)


세상에. 이럴 수가.


참아진다고 참아지는 게 아닌데 어쩌라고!! 함께 긴박함을 느끼는 중에  결국 어케저케 해결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로 저주가 현실이 된 것인지 여행하면서 불운이 함께 하는데..... XD

어쨌든 작가는 죽지 않았다. 다행이다.

-


내 불안의 대부분은 걱정이다. 현실에 대한 걱정. 아주 진지하게, 진지하게 말이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충고나 바로잡아볼 노력조차 힘든 지경인데...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법은 거의 없다. 걱정 그만하고 문제 속으로 한 발을 쭉 내디뎌야만 어떻게든 그 문제를 풀 실마리가 시작되는 것이다.(본문 079쪽)



이 문장을 읽고 단번에 '그래, 바꿔보겠어!' 하기에는 너무 많이 지쳐있지만, 조금 문이 열린 느낌이 들었다.

내가 찾고 있던 게 이거구나 싶었다.

<걱정 말아요 그대>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이 문장이 생각날 것 같다.



-



나는 목차를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있나 먼저 확인을 했다.

베토벤 피협 3번, Lucky, Across the universe, Patience.

물론 작가의 경험과 내 경험이 같을 리 만무하지만, 이 음악을 떠올렸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끼며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베토벤 피협3번 에피소드에서 극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소음에 관련된 것인데.

나도 옆집인지 앞집인지 뒷집인지 윗집인지. 

어쨌든 우리 집은 아니고 우리 집 주변에서 피아노를 치는 애가 있는데 하루에 한 시간씩 같은 곡을 친다.

늘 틀리는 곳만 틀린다. 일주일째. 으악. 일주일째 틀린 곳만 틀린다.

나중에는 본인도 짜증 났는지 대충대충 횟수만 맞추려고(아마 10번 치고 컴퓨터 해-라고 부모와 합의를 본 건가?) 막 날려서 치는데....

제발. 제발.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스케일이 큰 클래식이나 헤비메탈을 맞불 놓듯 틀어버린다.

이쯤 되면 악기 연주보다 틀리는데 또 틀리는 걸 듣는 내가 너무 안타깝다. 


-


그때는 왜 이 시간을 아쉬워하고 아낄 줄 몰랐을까.

쓸쓸한데 사랑의 애틋함을 바라고 느끼고 싶어 하는 그 몸부림이 느껴지는 책.

특히 음악과 함께 책을 읽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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