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 - 고서점에서 만난 동화들
곽한영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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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과거와 비슷한데, 어머니는 월급을 타면 책과 레고와 놀이동산을 꼭 선물해주셨다. 우리 집에도 어지간히 전집 파는 아주머니들이 많이 다녔다. 그러다 보니 집에 전집이 엄청 많았다. 세계명작은 출판사별로, 나중에는 국내외 창작동화, 그리고 위인전-심지어 고3 때는 서점에 다니면서 책 고를 시간이 없어서 한국문학전집을 구입하기도 했다. 나는 그 나이 또래와 다르게 집에 있는 책을 다 읽는 수상한 여자애였다. 부모님의 제일 자랑거리 딸이기도 했다. 책은 집에서 제일 눈에 띄는 곳에 있고, 사람들이 책 많네-하고 물어보면, 그 책 이야기해주는 자녀가 있으니깐.


그때 읽었던 책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동화책은 피터팬이다. 몇 장 없는 흑색의 외국 그림(!) 같은 삽화가 멋들어져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깐 피터팬이 더 재미있었다. 삽화의 중요성! 그 뒤로 피터팬은 고등학교 3년까지 지켜준 내 작은 영웅이랄까. 네버랜드로 함께 가고 싶다, 벗어나고 싶다-하고 생각하게 된 동화다. 

이때, 짝이 앨리스를 나에게 영업했는데 그때부터 앨리스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앨리스의 공포스럽고 으스스한 분위기, 그럼에도 깨발랄한 주인공의 모험이 좋았다. 지금도 앨리스는 매년 내 다이어리 표지이고 레퍼토리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특히, 앞서 이야기했듯, 그 으스스하고 공포스러운 삽화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것 때문에 늘 앨리스 다이어리를 포기하지 못하고 매년 구입하고 있다. 또, 아는 사람만 아는 루이스 캐럴의 그 뒷이야기. 배덕감 가득한, 불쾌한데 글을 또 왜 이렇게 재밌는지. 나는 스스로도 어쩌지 못할 그 차이 때문에 앨리스를 계속 욕망하게 되는 것 같다.


삽화 최고, 진짜 최고, 완전 최고!

더 이상 뭐라 설명할 수 없다. 

기괴하면서 환상적인 이야기가 삽화와 어우러지면서 글을 더 독특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함께 모험을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하나하나 나오는 그 캐릭터들도 뺄 것 없이 다 매력적이다.


역시 붉은 여왕도 좋지만, 모자장수도 빼놓을 수 없고, 아편 피우는 애벌레도 뺄 수 없고, 알쏭달쏭한 말을 계속하는 체셔도 엄청 매력적이고!


루이스 캐럴은 앨리스(당시 4세)라는 친구의 딸을 주인공으로 해서 글을 썼다. 소심한 캐럴이 앨리스와 주위 사람들의 응원으로 글을 출판하게 된다. 친구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제법 집요하게 앨리스를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는 건 정설에 가깝고, 캐럴은 앨리스에게 부도덕한 감정을 느낀 것 아닐까 하는 주장은 지금에 와서는 제법 단단하다. 마치 제2의 롤리타처럼.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앨리스는 나에게 기괴하고 즐거운 모험 이야기였는데, 읽다 보니깐 제법 당시 영국과 세계를 배경 삼아 비유와 유머와 비꼼이 가득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피터 팬의 경우에는, 일단 버전이 많다는 점과 내가 아는 피터 팬(은 심지어 원작도 아니었다!)의 경우에도 모델이 있고 작가가 불륜 관계를 유지하다 남편이 죽고 난 다음에 아내와 이혼을 하고 실비아와 재혼, 아이들을 함께 양육하는 등 결코 동화 같지 않은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동화는 동화고, 그 '현실' 부분을 집어주는데

"내 환상을 깨지마!"라는 생각도 들기는 하는데, 이걸 알고 다시 앨리스를 보고 피터팬을 보니깐 이야기가 확실히 새롭게 보인다. 앨리스의 경우에는 영어로 된 책으로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으악. 읽는데 하루 종일 걸리겠지만, 그 비유와 비꼬는 유머를 좀 더 이해하고 싶다.


<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은 동화의 줄거리를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당시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상황, 초판과 삽화에 대한 비하인드 이야기 등 동화의 뒷이야기를 알려준다. 

여러 번 다시 읽고 다시 읽고 다시 읽던 글인데,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된 이야기가 많았다. 책에 대한 이야기랄까.


모두 하나쯤 가지고 있는 동심, 

그 뒤의 현실적인 부분도 알고 싶다면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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