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석, 아바나의 시민들

아바나의 시민들 ㅣ 슬로북 Slow Book 1
백민석 글.사진 / 작가정신 / 2017년 7월

나는 굳이 따지면 여행을 싫어하는 편이다.

요즘 시대에 여행을 싫어한다고 이야기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아 잠시 좋아하는 척도 해봤는데,

다녀올 때마다 고생,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혼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역시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국내나 국외나 집에서 한 발짝 떼는 순간 고생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질 때면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서 푸는데 

이번에 이런 충동을 충족시켜 준 책은 백민석 작가의 아바나의 시민들  이다.

쿠바 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체 게바라, 아메리카 대륙의 최초의 공산국가, 미국과 국교단절 이후 어려워진 경제사정과 그럼에도 소비되던 미국 문화, 클래식 자동차, 야구, 난민... 이만큼이나 잘 모른다.

백민석 작가의 [아바나의 시민들]을 보면

여느 쿠바의 여행 에세이같이 크고 잘 알려진, 혹은 꼭 가봐야 하는 문화재나 역사의 현장보다는

실제로 쿠바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알려준다.

카메라를 손에 쥐고 사람들을 보면서 무작정 걷다가 혹은 작정하고 헤매다가 그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사진을 찍으면 포즈를 취해주는 친절한 할아버지는 겉은 말끔하고 깨끗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끝이 닳은 옷감, 낡은 모자를 쓰고 있었고.

차이나타운 근처에서 본 할아버지는 삶의 고단함인지 무표정한 얼굴에 화를 내는 건지 모르는 분위기였다던가.

갑자기 거센 폭우에 지붕 밑으로 피해야 하고,

와이파이는 잘 잡히지도 않고, -한참 개방 중이므로 아마 지금은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이 많아졌을 수 있다고-

나의 한국적 마인드로는 정말 갑갑하겠다 싶은 곳이지만,

바다 너머 하늘의 사진,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사진에 그만 매료되어 버렸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아바나의 시민들]을 읽으면 함께 아바나의 골목골목을 보는 것 같다.

사람들이 애정표현에 적극적이니 놀래지 마세요, 

이 집에서는 이랬고, 저 집에서는 저렇고, 

여기는 카메라 산 곳이고 물은 워터가 아닙니다, 

케이팝에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고, 아프리카 문화를 보여주는 춤이나 공연도 있고,

남미 특유의 활달하고 화려한 모습과 이면에 바닷바람에 닳고 닳은 건물들까지.

아, 

쿠바 사람들의 센스랄까 기억에 남는 사진 한 장!

바로 미국 대사관을 가리는 빽빽한 굵은 쇠기둥들(깃발의 벽)

덥고 습하고 소금 냄새 물씬 나는 아바나.

정열을 가지고 있는 아바나.

삶이 있는 아바나.

쿠바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원한다면, [아바나의 시민들]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