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델라이언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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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종이책 + 추리소설을 봤고 거기다 감상도 써보려니깐 두근두근한다.



나는 신기한 작가의 이름과 의미심장한 전작의 제목들만 기억하고 있던 터라 갑자기 완결편(데드맨→드래곤플라이→단델라이언)만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나처럼 단델라이언을 먼저 접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그, 연쇄살인'이라는 부분에서 데드맨도 읽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음, 얼른 감상문쓰고 데드맨 읽어야지.



사일로 사건에서, 피해자인 히나타 에미는 흡사 하늘을 나고 있다가 쇠파이프에 찔린 듯한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그리고 이 시오도메 사건에서는, 범인이 마치 하늘로 날아 도망친 것처럼 옥상에서 사라졌다. 바위투성이 산꼭대기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는, 그 옛날이야기 속의 '하늘을 나는 소녀'처럼.(P 252)



http://1boon.kakao.com/awake/dogear74


위 발췌문처럼 이 책에서 두 개의 사건이 발생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연관성도 없고 관련도 없어 보이지만, '개방형 밀실'이라는 기묘한 공통점이 있는 현장.

첫번째 사건현장 발견 이후 겉만 맴맴 돌던 가부라기와 히메노들은 드디어 사건에 다가서게 된다.

추리에 약해서 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소설을 읽을 때는 주인공이 하는 추리와 생각에 집중을 하는 편인데

확실히 그냥 보이는 사건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읽을수록 알 수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어른이 된 기분을 느끼고 싶은 대학 신입생과 세상을 바꾸고 싶다던 의지와 사상이 굳건했던 학교 선배의 한순간 선택으로 나락에 빠지고 후에 밝혀지는 내용이 아니라,

(일본) 당시 시대상과 현재의 정치적인 부분까지 아우르는 부분과 (형사물에서 잘 보이는) 경찰과 공안의 사건 담당 문제까지.

거추장스럽게 꾸미는 것 없이 담백하게 나올 수 있는 소재들이 다 나와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듯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더 몰입하기 좋았다.



민들레의 꽃말, 아세요? 가부라기 선배.

...

다른 꽃들도 그렇지만, 민들레도 꽃말이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이별, 변죽을 울림, 신의 계시, 진실한 사랑, 사랑의 신탁. 어쩐지 전부 연애와 관련된 말들뿐이네요. 그런데 하나 더, 이상한 꽃말이 있습니다.

...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라고 하죠. (P. 199)



많은 의미를 담으려던 글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사건 당사자가 궁금했다.

의미를 가지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은 지금은 누구일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때로부터 어떤 점을 배웠을까. 

혹은 반성 조차 그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했던 자기기만 아닐까.

민들레 모임의 회원들에게서 슬픈 과거나 부조리한 현실을 저항하려고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자신의 욕심과 신념을 위해 이성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는 운동을 정당화하며 계속 하는 것이 아닐까. 

평화로운 이미지의 민들레가 사자의 이빨(Dandelion)이라는 험한 뜻도 있는데

인간의 마냥 약하고 선한 모습의 어딘가에 자기 기만을 위한 뾰족한 칼 하나쯤 가지고 있다는 걸까 싶기도 했다.



노부세 선배, 당신을 믿어도 되는 거죠? 

우리들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 거 맞죠?

우리들이 이제부터 하려고 하는 일도 잘못된 게 아니죠? (P 268)


http://1boon.kakao.com/awake/dogear74


특히 민들레모임에서의 노부세는 에미에게 동경의 대상이고 멘토였다.

에미는 첫눈에 노부세를 멘토로 삼았다. 비판없이 그를 따르며 그의 비전을 공유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막 어른이 된 기분과 나보다 더 어른같은 선배. 

기껏해야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을텐데, 그 순간에 투철한 신념과 행동을 하는 노부세가 반짝거려보였고 에미는 그 반짝거림에 속았다.

에미의 입학 후 동아리 생활이 사건을 추리하는 것만큼이나 마음에 끌렸다.

누군가에게 이용을 당했다하더라도 꾀임에 넘어가고 행동으로 실행한 것은 그들이니깐 누구를 탓해야 하나, 젊은 객기를 탓해야 할까.



뜬금없는 말이지만 살인사건의 이미지가 그림 같아서 영상화되면 특별할 것 같다.

특별히 꼭 보고 싶은 캐릭터는 히메노의 고모! 우와, 짱멋있다. 존좋.

히메노의 슬픈 과거와 무심하지만 잘 다독여보려는 고모의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둥글둥글한 성격에 만사 무관심한 가부라기와 은근 독설 날리고 철없는 소리하지만 예리한 히메노의 버디 형사물도 좋을 듯:)



노부세 선배, 당신을 믿어도 되는 거죠?
우리들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 거 맞죠?
우리들이 이제부터 하려고 하는 일도 잘못된 게 아니죠? (P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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