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치료하기
연두 지음 / 노블리타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요즘 부쩍 '자궁'에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암은 쉽고 조용히 우리를 찾아왔더랬다. 너도나도 '암'이라지만 이렇게 쉽게 찾아올 줄 몰랐기 때문에 더 화가 나고 지치는 것 같았다. 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이 아팠기 때문에 그 관심이 더 했다.

  연두님 글은 반려 이후 처음이다. 일부러 안보려고 하는 분 중 한 명. 너무 슬프고 막막해서. 게다가 왠지 삐뚤어져 보이는 주인공 심상은 백 번 공감되서 더 거부하게 된다. 이번에는 아기자기한 제목에 방심했다.

 

  심한 생리통에 병원을 찾게 된 무영에게 날아든 병명 '자궁내막증'.

  게다가 신중하게 산부인과 여 의사를 선택했는데, 수술은 남자 의사였다. 무려 '우선희'라는 여자 이름인 의사 말이다. 하지만 젊다기 보다 하얀 새치, 나이들어 보이는 행동 말투 때문에 할아버지 의사라고 생각했더니...

  그랬더니 어느새 젊은 남자 의사가 되어 또 그녀앞에 서있다.

 

  남자답게 생겼다는 무영은 씩씩하고 당당하다. 자기 자아가 강하고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 거칠것 없이 당당하던 그녀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건 주치의 우선희 선생. 회진때부터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곤 하면서 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수술 후 한달에 한 번씩 병원에서 진료받는 때 조차 심각하게 신경전을 벌인다. 이 사람의 이 말, 행동, 외모에 대한 아주 자세한 분석까지 하면서. 그러면서 둘은 점점 삽으로 자기 키만큼 땅을 판다. 이게 남녀관계겠구나 싶었다.

 

  산부인과 남자 의사로서 환자와 절대 그 '뭔가'가 있어서는 안된다며 엄청나게 절제하던 선희는 만날때마다 변신하는 무영때문에 혼란스럽다 못해 점점 주체할 수 없는 관심을 보이고, 무영은 삶에 대한 고뇌까지 할 정도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무영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어떤 사람인가. 다른 사람들에게 특별히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사실 그녀는 아주 철학적이다. 인간이라면 할 수 있는 생각을 아주 진지하게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에 내가 새삼스러운 만큼. 이럴 때는 '별 헤는 밤' 같은 시가 필요할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유부남인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 그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 그가 날 그냥 환자로 보는건가 하는 고민... 갖은 고민은 반 년 가까이 하더니 그의 환자가 아니게 된 그 날, 둘은 드디어 서로를 알게 된다.

 

  다만 선희에게는 무영의 특별하고 난처한 조건이 붙긴 했지만...

  선희는 혼수에 대해 크게 고민하는 무영을 위해 '자신을 위한 동화'를 혼수로 달라고 했다. 그 뒤 무영은 선희를 주인공으로 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덕분에 선희는 무영을 잘 못봐 힘들어하지만 말이다. 그러던 중 무영이 마지막으로 내놨던 그 글 '새치머리 아빠'.

  글 속의 동화는 정말... 마지막 장면에 나도 모르게 고슴도치 살려내!! 하고 말했다.

 

  책 제목이 자신을 너무 소중히 생각하는 무영이 아팠기 때문에 그 병을 치료하는 데서 그렇게 생각했는데... 책을 끝까지 다 보니 으음~ 그렇구나!

  왠지 둘은 행복할 것 같다. 가끔 무영이 선희 속을 히떡 디비지 않는다면 말이다. 선희에게 (1억을 호가하는)캠핑카를 요구하며 북한과 관계가 좋아지면 러시아까지 가보고 싶다거나, (중고로 5천을 호가하는) 경비행기를 요구하며 세계를 돌아보고 싶다니... 선희는 병원을 둘째치고 무영이 잡으러 전 세계적으로 놀아야 할지 모른다.

 

  참, 

  이 의사 참 잘생겼구나 싶었던 게 그 꼬장꼬장한 성격에 무영이 울고 아파하면 금새 마음 풀리고.

  왠지 그런 모습에서 인간적인 면이 느껴졌다. 크큭.

 

  더불어,

  못된 소리 하는 의사선생님때문에 손으로 궁시렁궁시렁 거리던 무영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제일 멋있는 장면은, 역시 뭐니뭐니해도 무영이 상자 가득 선희에게 마음을 전하는 장면이 아닐까..(어쩜 좀...다를 수도 있겠지만)

 






 

  ( p.310 )   "이무영의 시간을… 나에게 …나눠줄래요?"


  선희의 프로포즈에 드디어 마음을 여는 선희!

  인간으로 태어나 즐겁게, 행복하게 살다 가지 못했던 30년동안 고생만하다 죽은 큰언니를 생각하며,

  진작에 이혼하여 자식들 키우며 살아온 부모님을 생각하며,

  언젠가 결혼을 뒤엎을 때를 생각하며,

  그렇게 겁을 내고 이것저것 자신을 위해 재고 또 재던 선희가 드디어 마음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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