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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윤 지음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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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스러운 이야기였다.

  언덕 위에 살고 있는 해아는 생각이 참 많다. 집안 형편이 기울면서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에게 결별을 통보받고 그 뒤 해아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간신히 정신차리고 보니 자신은 대인기피증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지경에 있었다. 밖을 나가려 하지않고 사람들과 부딪히려 하지 않고.

  한 여름, 해아는 집으로 올라가는 길 그 빈집에 호롯이 서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그 나무던가;;;)를 보면서 하루하루 견디고 있었다.

  해아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는데, 그 나무와 관련하여 사진을 올리고 그날그날 글을 올리는데, 자신의 직업과 맞물려 잘 꾸리고 있었고 제법 인기도 많은 홈페이지다.

 

  그 아랫집에 이사 온 재희는 기획사 사장인 아버지의 막무가내식 사업에 질려있었다. 강압적이고 아들은 보려하지 않는 그런 아버지. 그래서 유학을 갔다오고 난 뒤에도 그냥저냥 돈 떨어지지 않을 만큼만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몸을 피해 살고 있다.

 

  그런 둘이 만났다.

  재희는 해아에게 호감을 느끼고 다가서려고 하지만, 해아는 재희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나무를 베지 않게 하려면 그 집에 들어가야 하는 해아는 작은 부담과 동시에 작은 설렘도 느끼며 나무를 관리한다.

 

  좀 별난 여자를 만나려니 이 우유부단한 남자가 할 일이 너무 많다.

  라디오를 듣고 경품을 모아 혼수로 하겠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듣고 재희는 해아를 위한 라디오 채널을 만들었다. 오직 그녀만을 위한 라디오.

  그녀 한 명의 사연과, 그녀를 위한 선곡을 하며 해아는 차갑게 얼어붙었던 마음을 풀게 되었다. 아, 로맨틱하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해아의 이런 잔잔한 변화는 마음에 들었는데, 재희가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강한 아버지 밑에 자라서 그 사람의 의견에 반대하고 자신의 길을 찾고 싶지만, 그 사람이 주는 현실적 안락함에 그만 그렇게 살고만다는... 그렇더라도 좀 더 의욕적으로 사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해아를 웃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주었으면서 자신은 해아를 믿지 않은 건지, 그냥그렇게... 그녀와 연애를 하려고 했던 것인지.

 

  책을 다 읽고나서, 분명 이 아버지와 재희는 잘 살게 되었을 것이고, 해아의 아버지와 오빠는 중국공장 잘 되었고 그래서 집안이 급격하게 잘살게 되며, 해아와 재희는 기획사에 들어가 좋은 가사, 곡으로 많은 인기를 벌어 잘 먹고 잘 산다는 이야기.... 라고 생각하며 (나는 아주 격하게 결말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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