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씨, 애기씨~ 하는 게 맘에 쏙 든 이야기 이다. '핸드폰'을 '손전화'라고 하는 말도 왠지 간질간질했다. 음... 글쓴님 이야기는 '화홍'이 전부인 것 같다. 그러니깐 다른 글도 좀 보려고 하면... 사실 너무 취향타서... 이 글쓴님은 여주를... 너무 심각하게 괴롭힌다. 뒤에 남주가 아무리 여주에게 잘해줘도.. 내가 용서할 수 없을 만큼 괴롭힌다. 그래서 좀 힘들어서 잘 보는 편인데, 제목이 재미있어서 고르게 되었다. 그리고 결과는 완전 만족!
상황자체가 도규입장에서 보면 황당하고 재미있지만, 사실 애기씨 입장에서 보면 하루하루 고난의 연속이다. 이십 년 넘가 집안을 지키고 되려 아버지의 품 한 번 안기지 못한 애기씨, 또 버림받은 애기씨의 어머니. 애기씨 어머니 돌아가시고 애기씨는 아버지가 계신 서울에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서울 어머니 계시고, 그 아이들이 있는.. 제일 큰 문제는 절대 친해지고 싶지 않은 알고 싶지 않은 아버지가 있는 집에 들어가야 된다는 것. 게다가 하루도 부족하다고 집 팔라고 전화오는 도규. 학교에서는 얌체처럼 친한 척 하면서 사람 등꼴 빼먹는 나쁜 놈 하나, 이상한 사람들...이상한 여자들...
아닌 척 하면서 엄청 스트레스 받을 상황에서 애기씨 생각들을 읽어보면 또 얼마나 웃긴지 모른다. 제 스스로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제 일이긴 하지만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관망하듯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게 좀 불쌍하기도 하면서 재미있다.
슬금슬금 도규씨는 집 팔라고 다가오고, 슬금슬금 오라비의 여친은 속셈을 드러내며 다가오고, 슬금슬금 오라비의 이상한 친구는 사귀자고 다가오고...
내 입장에서 애기씨가 다른 거 다 치이고 헤지는 건.. 별로 괜찮은데, 안타까운 건 아버지와 관련된 가족 이야기이다. 죽은 제 어머니는 한 번도 제대로 찾아주지 않았으면서 서울어머니 아프다고 제 어머니 제사 안 내려오는 것도 이해해야 하는게.. 나는 이해가 안된다. 속상하다. 이야기 속에서 죽은 사람 잊는데 3년이라고... 죽은 사람은 기다려 주지만 산 사람은 그렇지 않는다 하더라도.. 진짜 속상하다. 대체, 그 어머니는 뭔 죄로 다 뒤집어 쓰고 혼자 쓸쓸하게 죽은 건지.. 으아, 진짜 싫다.
말로만 미안하고 죄스러운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란 말이다!!! 젠장.
각설하고, 신분의 차이를 초월하고 사랑을 나누는 애기씨와 도규가 사실 즐거웠다. 물론 신분의 차이만 초월한 것이 아니다. 나이도 초월했다. 9살 차이!
그러고 보니 애기씨가 도시 사람들에 관해서 자기가 관련된 입장임에도 남처럼 관망할 수 있었던 것은... 적응이 안되서 아닐까 싶다. 이야기 중에서도 나오는데... 구식인 애기씨가 서울에 와서 세련된 생각, 세련된 외모...같은 것은 도무지 따라갈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준영(애기씨의 배다른 오라비)의 여친과 잤다는 말, 그리고 애기씨의 김치만두를 그 여자에게 준다고 한 일...을 애기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제 아버지과 서울어머니, 제 어머니의 삼각관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둘다 이해안되지만 말이다. 관망하는 것 같은 말투와 행동을 하면서 사실은 누구보다 착하고 곱고 바른 애기씨!
도규는 그런 애기씨에게 차근차근 다가가 잡아먹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탕탕, 그렇게 나는 생각한다. 애기씨는 제가 똑똑해서 그런 줄 알지만, 애기씨는 애기씨도 모르게 도규에게 잡힌 것이다! ㅋㅋㅋ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따뜻하다. 밋밋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읽는 중간중간 책장을 덮을 만큼도 아니다. 그러니깐, 차분하게 한 장 한 장 집중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한 숨 쉬려고 하면 또 닥치는 애기씨 이야기, 한 숨 쉬려고 하면 다시 닥치는 애기씨 이야기로 말이다.
나한테는 뭔가 해결된 것이라고는 애기씨와 도규의 로맨스 밖에 없기는 하지만, 이건 견해의 차이일 뿐이고... 재미있다. 취향 안타고 볼 수 있는 이야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