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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디, 마이 러브
정선영 지음 / 두레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게 된 이유가, ①하우디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아서, ②글쓴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이라고 해서 봤다. 글쓴이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말에 왠지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게다가 ③ 국제결혼에 대해 왠지 자세할 것 같은 그런 느낌. 국제결혼 절차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그와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건지.. 이런 부분이 정말 좋았다. 왠지 아는 언니가 편안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았다. 다만 글이 너무 편해진 나머지 과하게 "~년"이라는 말이 많이 나와서 좀 싫었다.
그러고보니 책이 전반적으로 ④ 부산지명이 자주 나왔다. 왠지 아주아주 반가웠다. 서울 지명이라고는 뉴스에 나오는 아파트 관련 장소밖에 모르니깐 말이다. 여튼, 해운대며 남포동이며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는 곳이다 보니깐 더 생각할 수 있었다. 조엘은 해운대의 호텔(?)에서 지내고 있고 그들의 주 데이트 장소는 당연히 해운대(달맞이고개)이다.
시영은 첫사랑의 아픈 상처를 간직한 채, 남자는 ENJOY처럼 그냥 즐기기만 하는 여자다. 남자라면 그 첫사랑이 생각나서 사랑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다 친구의 반갑지 않는 소개팅에 가게 되고... 음, 조엘을 만나게 된다. 외국사람과??!!
내가 읽은 책 중에서 한국에서 외국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는 없었는지, 아주 신선하고 새로웠다.
털털한 시영은 자신을 잘 꾸밀 줄 알고, 또 자신의 주관도 뚜렷해서 어떤 상황, 어떤 사람에게든 잘 휘둘리지 않고 이겨내는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시영에게 운명을 느낀다던 그 사나운 남자도, 조엘(뿐만 아니라 외국인 누구라도)에게 끈적끈적 추파를 날려대던 여자에게도 당당하게 제 할 말 하던 그 부분이 왠지 그러지 못하는 내 마음도 시원하게 했다.
또 보수적인 한국인들의 시선을 당당하게 이겨내는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부분은 좋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인간극장'에서도 꽤 자주 언급되는 주지이기도 하니깐. 외국인 며느리, 외국인 남편. 그런데 책 속에서 시영과 조엘의 모습을 보고 남자들은 못할 소리를 해댄다. 그들의 눈에는 색色만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화가나던, 화가나는 정도가 아니라 뭐랄까... 혐오스러웠다. 그렇다면 당시의, 혹은 지금 국제연애를 하는 사람들도 이런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다는 것 아닐까. ...문득 한국을 떠나면 세상에 반은 남자며, 한국 남자와 꼭 결혼을 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던 분이 생각났다.
시영과 조엘, 둘은 조엘이 출국하는 그 날까지 부담없이 만나자는 데 동의를 한다. 하지만 시영은 선뜻 그러마 하는 조엘의 반응에 섭섭했다. 사랑을 하지 않겠다던 시영의 단단한 마음이 조엘이라는 갈색의 긴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이국인에게 흔들리는 것이다.
또, 조엘 역시 충격적인 첫사랑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이 사랑으로 자신의 사랑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하루 밤의 여자는 좋지만, 사랑한다거나 결혼한다거나 까지는 생각하지도 않을 만큼. 그런 조엘도 상콤달콤한 시영에게 점점 빠져든다. 그도 시영의 부담없이 만나자라는 말에 섭섭함을 느낀 것이다.
그래, 제 3자 없이 이 둘이서 서로 알아가며 고민하고 대화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시영을 위해 자신이 직접 집을 짓는 남자, 조엘. (게다가 이 이벤트가 실제라니...괜스래 눈만 높아진다.
)
미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애틋한 전화와 편지를 보내는 남자.
이렇게 변함없이 딸을 위하는 마음에 결국 마음을 접는 시영의 부모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살금살금 둘의 사랑이야기에 빠져들게한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두근두근- 적극적인 시영의 오락가락 가정에 휘둘리다보면 나도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절로 하게 된다.
그리고 누가 또 이런 고민에 밤을 지세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내가 읽기에는 현실적이었고 주인공들이 고민하는 그 부분이 주제가 뚜렷해서 좋았다.
정말로 삽질하는 주인공(삽질하는 고민)은 싫지만.
음...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물론 둘의 로맨스도 아주 달콤상콤했지만, 영어를 잘하는 시영이 너무 부러워서 죽는 줄 알았다. 한국말을 하는 조엘은 전혀 부럽지 않았다. 이런 영어 스트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