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후반 14분
김랑 지음 / 마루&마야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드디어 다 읽게 되었다. 이 책에 대해서 주저리를 펼쳐보면 책 자체는 작년에 봤고, 그래서 대여를 했지만! 어쩐지 이것저것 일이 덥치고 겹쳐서 하는 수 없이 반납해버리고, 그 뒤 항상 눈도장만 찍다가 이번에서야 드디어 다 읽게 되었다.

  물론 반납 기일이 조금-, 로맨스소설은 거의 구입해서 읽는 편인데 요즘은 어찌 된 일인지-내 눈에 내가 좋아할 만한 내용이 없어서- 잘 구입하지 않게 된다. 그래도, 운송료 내더라도 이 책은 가지고 있어야 겠다.

 

 

  첫 장면은 두 소꿉친구가 만나 이야기 하면서 시작한다. 큰 덩치 낮은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게 쭈쭈바를 빨면 쭈그려 앉아있는 호태, 선 본다고 목욕탕에서 마사지까지 받고 나온 수영. 어찌나 수영이 둘의 과거를 비비적비비적 숨기는지 뭐 대단한가-싶었지만!! 뭐, 대단한건가?

  재미나게 본 부분은 초반에 호태가 전기를 느끼는 부분이다. 1암페어가 10암페어가 되더니 20이 되고 100이 되고 1000이 되면서 수영에게 짐승이 됨을 느끼는 호태가 엄청 웃겼다. 혼자 안절부절, 심전도를 하니 무슨 검사를 하니 하면서 혼자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말이다. 수영은 은근히 느끼고 있으면서 확실하지 않다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 호태 탓이라고 덮어씌우고.

 

  둘의 이야기를 따로따로 좀 더 해보자면-



  호태는 세상을 뒤흔들었던 축구신동이었고, 수영은 석달부도수표(?)다.

  호태는 어려서 부터 축구를 해왔고, 축구만 해왔고, 축구밖에 못했다. 그만큼 축구에 큰 재능을 보였고, 노력도 엄청난 최고의 선수였다. 막 세계를 향해 그 실력을 보이려던 순간에 죽을 위기를 맞게 되고, 살 수 있게 되었지만 그의 축구인생은 끝내 죽어버린다.(아, 정말 아깝다!) 그 후, 몇 년 폐인으로 살다가 자신때문에 변해버린 상황을 보게 되고-결혼할 여자는 떠나고, 할머니는 충격으로 치매에-, 살겠다는 일념하게 쇼핑몰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다면 수영이는 또 어떤가. 그녀가 회사에 입사를 하면 3달안에 그 회사는 부도를 맞는다. 어찌된 일인지, 그러면 수영은 차라리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하자 싶어 선을 보고 하지만 막상 남자를 만나게 되면 큰 상심을 하고 다시 일을 찾고... 벌써 몇 번짼지, 어쨌든 수영은 그렇게 살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내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은 호태의 사랑이야기이다.

  내가 영 경험이 없어서 그런걸까, 결혼을 할 뻔할 정도로 사랑했던 여자, 자신을 진흙구렁텅이에서 구해준 여자.

  도와주고 미안하고 아까운 여자, 위로받고 기대고 싶은 여자. 내가 너무 비약하는 건가.

  원래 사랑을 하면 좀 참고 좀 용납하고 좀 지켜봐주는 게 되는 걸까 하고 고민해보지만, 역시 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다. 그냥 수영이가 그 둘 사이를 오해했던 그것처럼 마음이 쿵-하면서 오해할 만 하다 싶은 기분만 들었다. 뭐 그래도 호태가 수영을 많이 좋아하고 수영이 앞에서는 응큼해질 수 있으니깐 뭐 됐다 싶다.

 

  이 이야기에서 나름 내가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수영의 과거 이야기다.

  어린 시절 둘만 가지고 있는 비밀스럽고 아주 조심스러운 사랑이야기 말이다. 오지게 싸워대고, 점점 멀어지고.. 그러면서 그냥 동네 친구 사이가 되어버린 둘. 어느 날 대화하다가 호태가 말하길, 결혼 할 뻔한 그 여자가 첫사랑이라고 했다.

  그러자 수영은 생각했다. 그럼 너와 내가 했던 사랑은 뭐냐고-.. 왠지 내가 슬펐다. 수영은 영악한 척 해도 그 사랑도 착실하게 카운트에 넣어놨는데, 호태는 완전 잊고 그 결혼할 뻔한 여자만이 진짜 사랑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으니깐.

 

  이 글은 수영이 혼자 주절주절, 궁시렁 궁시렁 대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다. 오로지 수영의 시선에서 본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더 재미난 것 같다. 수영이 마음 일면을 훔쳐본 그런 기분? 호태 기분따위- 뭐 .

  참, 수영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곁다리에 틈틈히 나오는 수영의 언니 아영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미혼모가 되서 14년 동안 아이 하나 바라보며 꽃집하면 그렇게 살다가 만난 그 남자!!! . 이 쪽 이야기도 궁금하고 추리 해보는 것도 쏠쏠하고. 게다가 딱 요즘 중학생인 정현이도 재미나고 말이다.

 

 

  아, 모두 행복할 수 있어서 아주 기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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