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책을 어떤 이유로 사게 되었더라- 작년 이 맘때 일이라서 가물가물하다. 게다가 읽은지도 1년이 되었는데도 감상을 쓰지 않았다니 정말 많이 게을러 졌구나 생각한다. 다독하는 성격도 아니면서 한권 한권 감상쓰는 것 조차 귀찮아해서... 나는 착한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만큼 미련하고 순진한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다. 착하기만 한 사람은 매력 없어 싫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나쁜남자- 역시 별로 취향아니다. 나쁜 사람은 말 그대로 나쁜 사람인걸... 어떻게 왜 좋아하시는지... 사실 그런 면에서 쿠키걸 라예는 내가 총애할 수 없는 캐릭터랄까. 착한데다가 아주 매력적인 미소를 가진 라예의 첫인상은 그저 착한 사람이었다. 좋은 환경, 좋은 사람들과 웃으면서 지내는 라예. 음, 하지만 라예와 동안의 '실버스푼'의 속뜻을 알고나서는 그런 이미지가 싹 가셨다. 성질 낼 때 성질 내고, 울 때 우는 라예는 참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35년 만에 처음으로 인간적인 관심과 그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 세운이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라예를 보면서 정말 별 거 아닌 하나하나에도 혼자 질투하는 모습에서 완전 달콤함을 느꼈다. 천하의 둔녀 라예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심지어 옆에서 보는 동안마저 세운을 살짝 걱정할 정도로 그렇게 격해진 세운의 감정! 그걸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두근두근- 3달인가(2달인가) 단기 속성반으로 쿠키 굽는 것을 배운 라예는 그 쿠키에 한 평생 바치기로 결심! 허브차를 기똥차게 맛을 내는 동안과 함께 '실버스푼' 가게를 열게 된다. 사람을 홀리는 웃음을 언제나 즐겁고 밝게 살던 라예를 딱 눈에 둔 세운. 그 뒤로는 직접적인 세운의 공세가 이어진다. 라예는 느리지만 차근차근 세운을 쫓는다. 사실 그 둘의 사이를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적어도 라예를 미워할 사람도 없고 그래서 어떤 위기가 올까-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seize the day! 말 그대로 오늘을 위해 열심히 사는 라예는 내일을 믿지 않는다.(하루하루 즐겁게 열심히! 라는 모토를 가진 주인공이나 사람들은 많이 봐왔지만 정말 그렇게 포현되는 주인공은 처음 봤다!!!) 밝은 모습 이면에 숨어있는 그녀의 어두운 과거. 그렇기 때문에 이물질들은 없지만 세운과 라예 둘이서 콩닥콩닥 다퉈버린다. 책을 다시 읽고 보니 새삼 라예와 세운의 나이차가 무려 10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이 결혼 반댈세, 창창한 라예가 아깝잖아. 게다가 세운은 유능한 사업가. 라예과 결혼하기 위해서 -'프로포즈'조차 없이- 어른들의 허락을 손쉽게 얻어버린다. 그런 모습이 새삼 개구진 아이같이 느껴지긴 했지만. 폐하의 아침은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맛이 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