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록흔.재련 1~5권 박스세트 - 전5권 - 개정증보판
한수영 지음 / 마루&마야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늦게나마 연록흔 재련판을 구해서 읽었다. 책은 생일 기념 자축의미로 마구 질러낸 것들 중에 하나이다. 가지고 있다가 마음의 준비 좀 하고 나서 읽는다고 한달 가량 늦게 읽었고, 또 다 읽고 나서는 감상 쓸 마음의 준비때문에 보름정도 있다가 쓰는 중이다.
 
  요즘 나는 책 읽는 게 재미가 없다. 교양 중에 문학과 관련된 강의가 있는데 너무 교수의 생각만 주입받기 때문일까, 로맨스나 동인지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읽으면서도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한 상태 였기 때문에 감상쓰는 것을 꺼렸다. 지금도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또 무엇이든 읽고 내가 감동하고 느낀 바가 있다면 그게 어떤 장르 누가 쓰든지 존중받고 감사해야 된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쉽고 단단한 마음으로 감상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드디어 연록흔 재련판을 읽게 되었다. 무협적인 요소들이 가득해서 읽기 부담스럽다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런 감상에도 불구하고 걱정했던 것 만큼은 아니었다. 원래 나는 무협지를 즐겨읽었다. 판타지는 무협이든 닥치는 대로 읽었을 때가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첫번째, 연록흔은 무협과 러브라인이 적당히 어울려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오히려 3권짜리 연록흔일때보다 사건과 상황의 개연성이 보였고 그래서 납득이 되는 부분이 생겼고, 그 단적인 예가 은소현무리들이었다. 가륜이 황제의 자리에 앉아있고 그 자리는 무조건 뺏아야 겠다는 일념으로 뒷공작을 한다는 이야기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볼 수 있다. 막연히 황제가 되야겠다고 뒷공작을 하는 모습이 3권 연록흔에서는 그다지 잘 나타나지 않았다. 가조도 그랬고 이유없이 연록흔을 시기했던 은소현들의 행동도 그랬다. 그들의 야망과 사랑, 그러니깐 삐뚤어진 집착때문에 생겨난 많은 탐욕과 음모들이 좀 더 소소하게 와닿았다.
 
  게다가 러브라인 부분에 대해서도 말하자면, 되려 더 많아진 것도 같은 게 아무래도 이야기가 늘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라 곳곳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추적하는 록흔과 그런 록흔을 쫓으며 부하와 여인에 대해 끊임없이 건들이는 가륜의 부분에서 부터는 그 러브라인이 확실해 진다고 느꼈다. 애틋했고 두근두근 흥미로웠다. 록흔의 심적고뇌와 가륜의 애타는 마음이 이곳저곳에서 들어나서 마음에 쏘~옥 들었다. 다만, '로.맨.스.소.설'이니깐 로맨스에 충실해야 한다고 하면 사실 할 말이 없다. 나는 동인지 보면서도 판타지라고 하고서 판타지적 요소가 없으면 좋아하는 작가라도 책 치워버린다. 장르를 그렇게 정하지나 말던가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그리고 두번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던 에필로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사실 에필로그라는게 많아도, 적어도, 혹은 만에하나 없어도 아쉽고 쓸쓸한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적당하다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속마음은 구질구질하더라도 더! 더! 더! 보고싶은게 에필로그가 아닌가 싶다. 그냥 그 뒤는 여백을 두고서 미련을 살짝 가지면서 그렇게 두는 게 좋은 것 같다.
 
  읽은 지 좀 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가슴이 철컹! 하는 부분이 있다. 가륜이 은소현을 안는다는 그 장면! 록흔은 뭐냐 하면서 혼자 광분했다. 이야기 앞 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딱 그 부분만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다. 시험기간이고, 발표도 있고 레포트도 써야했지만 이렇게 바쁠 때일수록 더 잘 읽히는 것이 책고 열심히 그 5권 다 읽고 있는데 특히 이 장면에서는 눈이 돌아가는 줄 알았다. 다행히 록흔도, 나에게도 오해가 풀려서~  기본 이야기는 그대로 둔다고 하더라도 재련판이니 만큼 결말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에 한 줄 한 줄 오해하고 이해하면서 열심히 읽었다.
 
  마지막으로 막대한 분량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5권이라는 분량, 특히 막권은 600쪽이 넘는 분량에 이야기가 질질 끌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면은 없었던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순전히 사심이 잔뜩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깐 다시 말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은 시점이 시험공부를 해야했고, 발표준비가 막바지에, 밤을 세며 준비한 지 거의 일주일이 되어가고 레포트가 쌓여있었다. 설령 질질 끌었다 하더라도 나는 전혀 못느꼈다. 눈에 콩깍지가 장난 아니다.
 
 
  나에게 연록흔의 이미지는 읽을 때마다 새롭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첫번째는 얼른얼른, 두번째는 한줄한줄 의미를 두면서 세번째는 빠진 부분 있나 확인하면서, 네번째는 첫 느낌 그대로 살리면서 읽는다. 같은 책을 적어도 세번 이상을 본다. 좋아하는 장면은 쪽수까지 기억하면서 그 부분만 생각나면 읽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다. 그러니깐 그럴 수록 글쓰는 분들의 그 기발한 생각과 문장에 감동에 감동을 받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한수영님의 다른 이야기라고는 혜잔의 향낭 정도만 취향이긴 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은 무겁고 안타깝고, 주인공들이 잘 되도 그 고생을 함께하기에는 내 가슴이 너무 여리고 작다.) 어쨌든 나름 웰컴투 컴백! 이 아닌가. 신작을 기대해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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