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토끼들의 휴일 1
단영 지음 / 뿔미디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우선 질리지 않게 재미있게 읽었다. 수월케 넘어가던 그 한 장 한 장.

 

  그렇다고 해서 마냥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사실 속상한 부분이 더 많았다. 시도때도 없이 약혼을 하는 아버지를 둔 이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여자 밖에 없는 집안에서 착한 아이가 될 수 밖에 없어 자존감을 잃어버린 희수, 하경은 가족의 사랑을 듬뿍듬뿍 받지마는 사생아라는 굴레에서 허덕거리고 있고, 레이몬드는 작고 어릴 적 그 납치의 순간을 잊지 못하고(정말?) 있다.

 

  이 글의 특유의 분위기라면 좀 칙칙하고 무거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래도 밝고 든든하게 자랐다는 거. 게다가 인생을 코믹으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긴장감과 함께 희극적인 분위기가 꼭 마음에 든다. 정말로 즐거워서 웃고 있지만, 뒤에서는 무서운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그런 이중적인 이야기가 맘에 든다. 희수는 파혼을 극단적으로 선택을 했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을 테고) 이안은 최대한 한국식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영국에서는 영... 극단적이고 위험한 사람이었지만.

 

  약혼식 날 화장실에서 들었던 청천병력같은 말을 듣고 아무생각없이 그대로 로마행 비행기를 탄 희수. 그 뒤로 참... 본인의 의지 없이 많이 휘둘렸다. 나름 똑똑한 척 마음 먹어 보지만 사실 현실은 희수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의 그 오해들, 호텔, 관광, 납치(;;;)... 읽으면서 그 동안 희수에게 나쁜 맘 먹은 사람이 없다는 게 감사했다. 희수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오해라. 그 오해의 정점에는 이안 M. 가르니에가!

 

  비행기 안에서 희수에게 홀딱 반해버린 이안은 "허니"라고 맘대로 정해버리고 희수의 의사와 상관없이 맘대로 밀어붙인다. 그러고선 희수에 대한 감정이 사랑임을 알고 그녀를 탐한다. 탐한다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희수에게 심하게 갈증을 느끼면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희수만 사랑해서 어쩔 줄 모르니깐 말이다. 혼자 멋진 척 자신있는 척 해도 희수가 울거나 토라져 버리면 훨씬 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로맨스 소설의 묘미(!)인 오해하기 파트에서도...이를테면 희수에게 악심을 가지고 있는 서연이 어짜둥 이안을 꼬셔서 자신이 희수에게 (희수는 전혀~ 그저 서연을 친구라고 생각했드랬다.) 복수를 해야겠다고 병실에서 추잡한 짓을 시도할 때 이안은 절묘하게 기지를 발휘한다. 그래도 뭐.. 오해를 하긴 했지만. 적절하게 머리 끄댕이 잡아 채어준 하경이에게 짝짝짝!

 

  희수도 쏙 맘에 들고 이안도 쏙 맘에 들지만, 주연인 하경과 레이몬드도 그 만큼 맘에 든 캐릭터이다. 희수보다 더 작고 (1㎝ 쯤), 말을 좀 더 거칠더라고 하경의 세상은 희수를 중심으로 돈다. 희수가 좋으면 좋은 거고 싫다 그러면 확실하게 밟아준다. 희수를 힘들게 만들던 서연과 세훈은 확실하게 끝까지 떨어진다.

 

  조건, 외모 필요없이 무無조건으로 사랑에 빠져 서로에게 헌신하는 둘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닭살이다 못해 저래서 어떻게 살겠냐 싶을 정도지만...

 

  희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에 엄마와 할머니, 그렇게 여자만 있기 때문에 둘을 위해서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약혼식에 그렇게 도망가면서도 엄마와 할머니 걱정을 했고, 잠시 기억을 잃는 동안에 세훈의 어머니와 동생이 와서 이런 집, 이런 차를 혼수로 원한다고 할때도 착한 아이가 되려면 어떤 말을 해야 하냐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희수가 로마에서 이안을 만나고, 이안과 함께 지내는 그 동안은 착한 아이 희수가 아니라, 그야말로 희수 다운 희수가 아니었을까, 화도 내고, 신경질도 부리고, 질투도 하고, 심하게 엉뚱하고... 그 쪽이 훨씬 더 좋은 희수! 착한 희수씨 보다, 희수씨 다운 희수씨가 훨씬 좋다. 희수의 희수 다운 모습을 끌어낸 이안이 좋다 >ㅅ<//

 

  또 묘하게... 야한... 그 부분. 제목과 어울리니 괜찮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아냐, 토끼는 건전해! 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혼자 발그레~;; 이안은 희수를 느무느무느무느무 좋아해서 시도때도 없이 세워버린다. 사실 토끼라는 부분 때문에 그 오해를 풀기위해 시작된 일이었지만, 나중에는 그런 거 다 잊어버리고 그저 희수가 너무 좋고, 희수와 접촉하지 않으면 불안한 제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참, 그런데 그런 장면이 많음에도 별로 거부감 없이 정말로 이안이 희수를 엄청엄청 좋아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더 이야기 하고 싶은데... 음, 이 책은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오는 책 같다. 원래 심하게 BED엔딩을 싫어하는 편이라 완전 발랄한 이야기를 읽는 편인데, 그렇다고 개판 코메디를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억지가 들어가지 않는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발랄함과 동시에 음모와 시기가 적절하게 녹아 들어가 발랄함이 더 돋보이는 책이다. 훗.

 

  흠,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토끼'! 그놈의 '토끼'!

  이 토끼 때문에 희수가 살이 쏘~옥 빠져 더욱 더 예뻐졌다는 것을 따로 말할 필요가 없고, 이안이 남자로서의 프라이드가 금간 것도 말할 필요가 없고, 재석의 잘못된 해석으로 훗날 닭살에 고민하게 될 일도 없었을 그 '토끼'

 

  제목때문에 괜히 어머니께 눈치;;가 보여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택배 받자 마자 뜯었는데 어머니께서는 옆에 딱 붙어 있으셨지. 택배 오면 그 책을 감싸고 있는 뽁뽁이 때문에.. 하하^^ 이 토끼, 저 토끼. 토끼라는 어감이 사랑스럽고 예뻐 보이기는 처음이다. 토끼 안 좋아하는데... 토끼에 대한 해석에 울고 웃던 이안이 떠오른다. 어찌 그런 일이 연연해 하실꼬. 아니지.. 남자는 다 그런가ㅎㅎ;;

 

  이 정도는 바래도 되지 않을까? 하경이 희수만큼 좋아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랑을 했음 좋겠다. 가족들의 사랑도 좋지만, 하경에게 무조건 올인할 수 있는 강한 사람 말이다. 또또, 레이몬드도. 절대 둘이 사랑을 해라는게 아니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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