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저것 과제도 끝냈겠다, 기말고사전까지는 아주 조금 한가하겠지 싶어서 막무가내로 주문한 로맨스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인터넷으로 주문한 거라, 게다가 평판도 없고, 검색해 볼 생각도 안해봤고, 그냥 그냥 충동적으로 책 뒷편의 소개글만 보고 선뜻 골라버렸다. 남장 유생이라던가, 성균관이라던가... 하는 것 말이다.

  솔직히 '화홍'분위기 생각하면서 글을 읽었다. 나한테 화홍은 좀 무겁고, 욱제상감이 진짜진짜 밉지만 소혜왕비때문에 계속계속 찾게되는 책인데, 조선 이야기라고 해서, 좀... 음험하고 모략이 넘치고 음모가 가득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왠 걸, 발랄한 분위기에 중간중간 아찔한 장면들까지.. 쏙쏙 마음에 들었다.

 

  파벌은 고려하지 않은 채, 사랑 하나 보고 혼인한 윤희의 부모님. 아버지는 일찍 여의고, 어머니는 기울어져 가는 가세를 세워보려고 이리저리 발버둥을 쳐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게다가 장남인 (윤희의 동생) 윤식은 오랫동안 병상에 있는 상태. 그래서 윤희의 어깨가 꽤 무겁다. 윤식의 행새를 하면서 필사 일을 하여 돈을 벌고 있다. 그러는 중에 일이 닥치고 닥쳐 윤희는 과거를 볼 결심을 하게 된다. 과거를 보면서 (이 부분에는 잘 아는 바가 없어서 그냥 다 과거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ㅁ;) 만나게 된 선준. 그리고 우여곡절끝에 윤희는, 성균관에서 기숙하면서 공부를 하게 되어버린다!

 

  진정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지, 암암!! ^^

 

  집안을 세워야 한다는 사명을 띄고 이제는 하루 종일 남장을 한 채 해야 하는 생활을 견디려고 결심한 윤희의 생활을 쫓아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읽다보면 윤희의 안쓰러운 환경에 가슴 아프기도 하고, 선준을 보고 사랑한다, 내가 여자다, 라고 말은 못하고 속으로 끙끙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윤희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렇게 코믹한 캐릭터가 아님에도 조선시대라는 것을 생각하고, 여자와 남자의 행동, 말 모든 것이 차별이 있던 때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윤희가 남자가 되어서 그 거칠고(...) 힘든 생활을 쫓아가고 견디고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가랑 선준의 마음도, 걸오 재신도, 뭔가 아는 듯 모르는 듯 하는 여림 용하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음, 윤희때문에 가랑과 걸오가 조금.. 친해지고, 용하가 마음 고쳐먹고 과거를 치고... 그러고 보면 첫번째 책 다 보고, 두번 째 다 보고... 있으면 참, 인간들이 많이 변했다 :)

 

  윤희는 첫눈에 반해버린 선준과 한 방에서 동거동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힘들기도 하지만, 그녀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둔한건 고사하고, 그를 맴도는 같은 당파의 미인 부용화였다. 선준과 부용화가 같이 있는 모습만 봐도, 남장을 하고 있는 자신을 잠시 잊을 만큼 여자의 마음이 올라와 스스로 너무 힘들어 하는 윤희. 그리고 상투를 튼 남자임에도 윤희의 일거수일투족이 영 마음에 쓰이는 선준. 그러면서 윤희에게 점점 더 연심을 키워가는 모습이.. 답답하고 예쁘기도 하고.. 또 걸오 재신은 자신도 모르게 윤희의 매력에 걸려 제때제때 수업듣고 공부하고 행사에 참여하고... 여자라는 사실을 먼저 알고선, 그녀를 남자들의 마수에서 지켜주기 위해.. 특히 선준의 마수에서 ㅋㅋ 지켜주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모습이... 재신의 이미지와 틀리게 귀여웠다.

 

  사실, 선준과 윤희 사이에 이물질....이 없었더라면 재미는 반감되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너무 뻔해지면 그만큼 긴장감이 줄어드니깐 말이다. 읽으면서 선준은 정말 멋있는 남자이니깐 당연히 여자들이 따르고, 꼬이겠구나 싶었는데, 윤희까지! 그럴 줄 몰랐다. 허허, 윤희와 기생 초선의.. 아니 초선만의 애틋한 짝사랑도 볼만하다. 정치적인 (당파싸움)상황과, 선준과 윤희, 재신의 묘한 구도가 적절히 어우러져서 부족함 없는 재미를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등장하여 새가슴이었던 윤희의 마음을 담력으로 키워주시는 임금님!

 

  그리고 제일 먼저 윤희의 정체를 알고(여림도 알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 행동이 모호하니깐 빼자.) 자신이 윤희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을 인정하고 윤희를 어떻게든 좀 지켜주려고, 혹은 어울려 보려고.. 여튼 윤희에게 마음이 있던 걸오가 자신을 대신에서 죄를 뒤집어 쓴 선준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선준에게 마음이 있는 그녀를 어쩌지 못하는 마음 등등이 너무 애처로웠다. 걸오씨가 멋있어요~(역시 여림은 결혼을 했으니 빼자.)

 

  2부격인 규장각 이야기도 나온다는데 엄청 기대가 되고, 여기서 걸오가 윤희에게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공부욕심 많은 윤희가 집안생활과 규장각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또 어떤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주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