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과 토마토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이번에 고른 책은 앞에 글의 시리즈인 '유령과 토마토'이다. '봄날의 팔광'에서 맹활약하던 저승사자 2999호의 초창기 모습쯤이랄까 :) '유령과 토마토'에서의 저승사자 2999호는 정말 혈기를 다스리지 못해서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실 되려 차갑고 못된 남주보다 더 불한당으로 보이는 비운의 신입 저승사자이다.

 

  어느날 착한 지유에게 보이는 불한당 유령 도현. 도현은 자신이 의사라는 것과 수학적인 능력외에는 전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논리'적인 '수학'적 생각을 즐기는 지유에게 큰 고민거리는 교양과목의 미적분 부분. 낯선소리가 들려오고 낯선 모습이 보이더니 바로 유령이다. 귀신이니 그런 것 자체를 무서워하는 지유는 도현을 무시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면 결국 도현을 인정하기로 하고 그와 공생관계에 돌입하게 된다.

 

  도현은 수학 문제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지유의 남자들에게까지 하나하나 신경쓰기도 하고, 심지어 삐지기도 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기억하고 있지 않은 도현을 점점 지유라는 여자에게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유령이기 때문에 지유를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밉기도 하다. 지유도 귀신을 좋아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한 번 두 번 계속 눈이 가고 그때마다 더더 도현이 좋아지는 자신을 어떻게 막을 수가 없다. 이 부분이 제일 안타까운 부분. 더불어 도현과 지유의 성격이 확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은 다른 유령들과 틀리다고 하고서도 왜 틀린지 알아내지 않고, 난 죽었구나. 하고 빨리 채념하는 도현. 번거롭고 뻔한 일에는 신경쓰지 않는 성격. 하지만 지유는 악착같이 매달리고 실제 도현을 찾으러 다닌다. 도현보고 왜 이제서야 왔냐고 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안타까웠다.

 

  하지만 도현을 확 팅긴 신입 저승사자의 뒤처리로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자 마자 일사천리로 서로를 찾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둘의 현실적 문제들은 여전히 산재해 있다. 만약 정말 동화처럼 만나서 잘 됐다로 끝났다면 정말 한 10% 부족한 느낌이었겠지만, 서로의 사랑으로 서로를 찾을 수 있었음에도 여전히 앞을 가로막는, 도현으로 치자면 전 여자문자, 까탈스러웠던 병원생활, 엄청 힘들었던 과거가 있겠고, 지유로 따지자면 유령 도현과 인간 도현사이에서 느끼는 괴리감이나 도현보다 좀.. 많이 어린 나이등이 있겠다. 그런 문제점들을 절대 서로의 사랑으로 극복하지 않는다.

 

  정말 좋은 여자를 찾은 도현은 어떻게해서든 지유를 붙잡고 도장 꽉 찍고싶지만 지유는 이리쏙, 저리쏙 빠지는 것이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는 성격의 도현을 자극한다. 그때마다 도현은 지유에게 우리가 결혼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한다

 

  지유가 좀 바보 같은 면이 있어서 살짝 귀찮았다. 좋게 말하면 착하고 낙천적인 성격인데, 나는 아주 살짝 바보같을 정도로 착했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그게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읽다가 화가 좀 났다. 좋아하는데 왜 좋아한다고 말을 못해!

 

  재미있었다. 이야기 하나가 끝나고 시작할 때마다 인용구와 저승사자의 말이 함께 나와서 그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역시 묘비는 유령과의 동거동락이라고 할까 어떤 소설책이든 에필로그만큼은 달콤하고 신나는데, 이 책 역시 어떻게 생각하는게 그렇게 귀여운지, 지유보다 좀 나이가 많다 하더라도 남자는 어쨌든 아이라더니 :)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행복한 에필로그였다. 그만큼 물론 본편도 재미있었다. 현고운님의 팬이 될 것 같다. 아니 이미 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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