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동거
김현정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는 이도우님의 소설만큼 이 책도 꽤 잔잔..하고 또 아련했다. 이번 겨울만 지나면 나이가 30이 되는 이 기자(女)와, 그 보다 한 살 많은 짝꿍 기자인 우 기자(男)는 서로 못 잡아서 먹어서 안달인 앙숙 관계이다. 싸우지 않으면 입에 바늘이라도 돋는 것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줄기차게 싸워대는데.. 그 절정은 잡지사 부장이 아파트를 이 기자에게 줄 때부터다. 평소 우 기자의 능글맞고 여자들에게 가벼운 태도가 맘에 안드는 이 기자, 그리고 이 기자의 차가운 태도가 맘에 안드는 우 기자. 이러니 잡지사 부장의 사정으로 아파트를 치워야 하는데도.. 이 기자는 이 기자 나름대로 우 기자가 한다니깐 뽀록 한다고 하고, 우 기자는 이 기자가 한다는대도 질까자 이름 그대로 우기고... 그래서 둘은 싸움 하듯이 같은 아파트에 들어가게 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그러는 줄 모른다.

 

  둘이서 너무 티격태격하는 바람에 대체 언제쯤 안 싸우게 되는 거야 하는 생각도 했다. 정말 치열할 정도로 싸운다. 그러고 보니 시작부터 싸우는 것으로 했으니... 어쨌든 본의 아니게 동거형식으로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는 우 기자와 이 기자. 같이 살면서 서로의 새삼스러운 면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면서 미운 정도 쌓여 없으면 섭섭한, 혹은... 하루라도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오늘 하루 종일 말을 했었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러고 보면 둘이 정말 '사귀자'는 말만 없을 뿐 정말 연애하는 분위기인데.. 둘은, 아니지 이 기자는 잘 알아채지 못한다. 옆에서 정말 우 기자가 별스럽게 왜 이러나~ 이런 느낌만 느낄 뿐이었으니 말이다.

 

  어려서 부터 부모님을 잃고 대학 들어와서는 키워주시던 할머니까지 돌아가시고.. 이 기자는 고아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악착같이 어려서 부터 공부를 해왔고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는 알바까지 하면서 악착같이 일을 하며 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다보니 바빠서 사람을 멀리하던 것이 이제는 사람 사귀는 방법을 잊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게다가 원래가 사긋나긋한 성격도 아니고 애교가 있나... 우 기자와 같이 살면서 알게 모르게 우 기자에게 많이 기대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쉽게 떨쳐 버릴 수 없는 느낌도 있고.. 이 기자 마음이 왠지 공감가는 것이 안타깝기도 답답하기도 했다.

 

  그런 이 기자에 비해서 우 기자는 유들유들하고 사람 사귀는 것도 능했다. 적당히 농담을 대꾸하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음, 우 기자가 아닌 척 하지만 내 생각에는 처음부터 그러니깐 이 기자와 짝꿍이 되기 전부터 은근히 이 기자를 좋아해 온 것 같다. 잘 나오는 이야기 처럼, 그냥 눈이 가고 걱정스러운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 아니면 정말로 사실 서로는 잘 맞는 사람인건가. 취미나 관심분야가 똑같아 둘이 짝꿍기자가 된 것인데 왠지 우 기자가 기사를 쓸 때 2인 1조로 해야 한다고 한 이유가 없잖아.

 

  나는 아르바이트고 뭐고.. 사회 생활 비스무레한 것을 한 경험이 절대 없다. 그런데, 저때 본 이도우님의 이야기나, 이 이야기나.. 그냥 왠지 애틋하고 동경이 되고.. 기자라는 직업이나 작가라는 직업에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금 안 것 같고 말이다. 또, 음... 어떻게 사람을 사귀고, 어디나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내가 어디에 있든 그런 나를 나 자체로 봐주는 사람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조금은 서투르고 어색한 사랑의 시작

 

 

  비도 오고 마음도 차분한데 읽기에는 좋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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