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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교, 육체를 바꾸다
김원경 지음 / 동아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신새벽에 달콤하디 달콤한 잠은 안자고 내가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무료해서 잡은 책이 자려고 맘 먹었던 1시부터.. 3시간 동안 나를 이렇게 잡고 흔들다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제목이 <육체를 바꾸다> 인것부터 처음에는 마음에 안들었다. 지극히 사적인 생각인데 그러니깐 너무 인터넷소설틱한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말괄량이 늑대 시리즈>나 <김원경>님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거의 몰랐다.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책을 골랐고 사심없이 읽어내리기 시작한 게... 3시간 뒤 책을 다 읽고나서의 기분은 '역시 굳!' 이었다. 이렇게 된 거 거슬러 올라가서 <말괄량이 늑대 시리즈>도 읽어봐야 겠다.
은교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죽게 된다. 하지만 지금 죽을 때가 아닌데 '은교'와 '은효'를 헷갈려 아직 올 때 먼 은교를 데리고 오고 만 것. 저승사자는 은교에게 새로운 육체를 준다. 은교는 영 찜찜해하지만 말이다. 은교는 사고로 인한 기억상실(정말 오랜만인 단어다!!)을 미끼로 새로운 육체에 적응하고 이제는 적응해야할 주위 상황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발견된 이 육체의 주인 '신소라'의 더럽고 까탈스런 성격, 그리고 약혼자, 친구를 가장해 평소 소라를 엄청나게 괴롭혔던 '현주'... 신소라의 화려한 옵션들은 부러워할 만 하지만 은교는 소라의 처리를 연민한다.
우현과 은교의 러브스토리도 좋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맘에 뒀던 것은 전前 가족에 대한 은교의 애타는 마음이다. 전 가족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렇게 죽고 나서 가족들에게 닥치는 힘들 일들이 저 때문인 것 같은, 그리고 그래서 더 속상한 은교의 마음에 나도 동했는지 울어버렸다. 게다가 우현이 소라의 육체에 은교가 있다는 것을 믿는 것 같이 하고선 현주가 나타나자 현주의 말에 흔들리는 부분에서 마음이 저릿했다. 그냥..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은교의 입장에서는 정말 자존심 상할 것 같다. 화도 날 것 같고.
신소라가 헤내지 못했던 일을 헤내는 은교, 모든 것을 잘 활용하고 좋은 성격으로 얽혔던 이해관계를 풀어내고.
또 배경이 마음에 들었다. 연예인이 나오는 로맨스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음, 은교는 모그룹에 대한 열렬한 팬심은 죽어 다시 다른 육체를 빌어 태어난 은교의 정성을 알았는지 모그룹은 물론 그 그룹의 기획사에서 일까지 하게 된다. 정말 은교였을 때 하고 있던 코디 일을 말이다. 하지만 그 모 그룹의 사람과 잘 되는 것은 아니다-ㅅ-;; 하지만.. 그 사람과 잘 됐으면 하는 마음도 좀 있었다. '세영'이나 '우현'이나 내가 처음에 보기에는 둘다 진심 없기 매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차라리.. 세영이 낫지 않아 싶었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은교라는 것을 알아주고 그 짧은 시간에 진정으로 은교와 정신적 교감을 나눴던 우현이 낫다! 싶기도 하지만.. 또 다시 생각해보면 은교가 세영에게 손뜨개질 한 것을 선물하곤 했고 세영도 기억하는데 세영과 잘되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고-ㅅ-.. 원래 신새벽의 여심은 좀.. 복잡하다!
현주가 나타났을 때...의 그 속쓰림은 이 책을 읽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정말 '꼭 이런 사람 있다니깐!' 할 정도로 밉살맞고 제 잘못한 것도 모르고.. 정말 성격이 더럽기는 했지만 가식 없던 신소라 쪽이 가식과 내숭에 쌓여 사랑을 우롱하는 현주보다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렇게 제 목표를 위해 다른 사람을 깎아 내리고 희생시키다니! 하지만 10년동안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소라만 깎아내려 보던 우현의 행동도 기가 찼다.
역시... 우현과 은교의 사랑이야기도 좋았지만, 은교가 다른 사람의 육체, 그 육체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힘들어 하고.. 그렇지만 선천적인 낙천적 성격때문에 극복하는 모습이 마음에 쏙~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