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기에 대한 맹세
이희정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좋아하지 않는 분류의 여주인공이다. 내가 지적 호기심이 강한 (능력보다 여튼 호기심은 강하다.) 성격때문이겠지만, 노력하지 않으려고 하는 문선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쨌뜬 시작은 말이다. 머리가 나쁘다거나 눈치가 없다거나 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내가 이 책의 여주인공 문선을 어떻게 견딜지, 사실 책을 펴기 전에 많이 고민을 했다. 내가 그렇게 되지 않을려고 노력하는, 또 그런 사람을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책 표지에 문선이를 표현하는 것을 보고 좀 난감했다. 물론 눈치없고 머리가 좋지 않은 쪽이 재미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 기준의 '재미있다', '코믹하다'는 역시 비꼼이다. 음모를 꾸미고 비꼬는 쪽이 나는 더 재미있고 코믹하다. 그러니깐 표지부터 재미있어 보이는 이 책이 과연 속도 내 기준을 만족할 수 있을련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닌 것이다.

 

  이야기 시작부터 극기와 문선은 결혼 3년차의 배태랑, 혹은 중고 부부. 하지만 처음부터 '사랑♥'이 빠진 결혼을 한 극기와 문선은 점점 더 결혼생활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런 행동, 이런 말을 하면서 서로에게 어떻게 보일지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 속은 그렇지 않다. 문선의 맞선 퍼레이드 78번째인가 76번째인가에 만난 극기에게 문선은 첫 눈에 반해버린 것이다. 적당한 조건때문에 집안에서 결혼을 서둘러 막상 '사랑'이니 '연애'니 할 시간이 없긴 했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인 것이다. 유년기 부터 문선의 허한 마음을 꼭 잡아준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깐 문선의 '닭'틱한 지능의 원인은 거슬러 올라가보면 부족한 부모님의 관심에 있고, 극기를 만나기 전까지 돈을 흥청망청 써대도 친구들과 어불려 놀아재껴도 항상 허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원인이 된 것이다. 엄청난 외모와는 틀리게 본래 좀 팩! 하고 털털한 문선의 눈에 띄인 것은 극기에게 자신의 감정을 피력하는 비서. 밉지 않게 기회를 살살 살피던 문선은 강원도 쪽으로 출장을 가게 되고 아내에게 점수를 따고픈 극기, 그리고 현장을(?) 잡고픈 문선.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떠나게 된다. 그리고 현장(?)을 잡게 된 문선은 비서와 정정당당하게 맞짱을 뜨고...(맞짱까지는 아니지만 당당하게 요구를 한다. 그만해라 아그야~ 이런 식으로ㅋ) 그 현장(!)을 잡게 된 극기.

 

  사실 '극기에 대한 맹세'는 극기와 문선, 그 둘만 인정하지 않을 뿐 처음부터 좀 달달하고 알콩달콩한 편이다. 그래서 읽기가 편했다. 글쓴이의 전 작 '사랑 뒤에 사랑'과 비교가능할 만큼 말이다. '쎄싱봉'의 여주를 보면서 많이 좋아라 했는데, 그것보다 한 급 업그레이드 된 문선. 그냥 세상사는데 별 어려움 없을 정도로 적당히 머리 나쁜 문선. 하지만 눈치코치 빠른 문선. 예쁘고 꾸밀줄도 알고 나중에는 속도 마음도 함께 가꿀 줄 아는 문선. 극기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문선이 되어 처음에 이 주인공 정말 괜찮아? 하던 생각은 쏙 들어가고 봐 하면 되잖아! 하는 마음이 가득찼다.

 

  무뚝뚝하기만 하던 극기가 나중에 완전닭살로 초진화해서 문선과 알콩달콩 아이까지 낳아 기르는 모습을 읽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책이다.

 

  게다가 극기가 무선에게 그 어렵던 한마디를 하고 난 후에는 이 부부, 정말 알콩달콩을 넘어 심히 보는 데 지장있을 정도로 닭살스럽다. 조금만 살살~ 자중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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