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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 VS 왈가닥 1
이지환 지음 / 동아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첫사랑'을 좋아한다. 새로운 사랑...보다는 첫 사랑을 찾고 이루는 이야기를 좀 더 많이, 좋아한다. 이제까지 로맨스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의식한 적 없었는데 이 이야기를 읽고나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사랑 이야기도 좋구나~!
책은 두권으로 첫 편에는 이겸의 고등학교 후배 서우와의 이야기가 있고 두 번째 권에는 삐뚤어진(-ㅅ-ㅋ)이겸과 혜빈이 만나는 편이 있다. 참 이상하지... 서우를 알고 있는데도 혜빈이 밉지 않다, 음... 혜빈이 좋기는 하지만 서우 역시 밉지 않다. 둘다 좋다. 서우는 서우 대로 혜빈은 혜빈 대로. 팍팍한 가정사때문에 서우는 이미 삐뚤어진 사람이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많이 좋아하던 강이겸. 그리고 이겸은 서우를 끔찍해 한다. 그녀의 직설적인 말, 독설...등에. 하지만 서우의 나름 애정표현이 아니었을까. 고등학교, 그리고 서우를 잃기 전의 이겸은 참 발랄하고 활동적이고.. 그리고 철도 없고.. 그냥 소년같은 남자였다. 그러니 서우가 이겸을 괴롭힐 때마다 이겸의 발끈하고 욱욱~ 하는 성질이 얼마나 귀여웠겠는가ㅋ 하지만 서우는 이겸에게 끝까지 제 마음을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직설적인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그렇게 이겸은 서우를 떠나보내고 삐뚤어졌다-ㅅ-;; 그런데 책은 겨우 한 편이 끝났을 뿐이다! 나는 그때서야 알았다. 이 남자가 다음 여자를 만나는 구나, 하고. 서우의 가정사가, 그리고 그럴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하지만... 용납하지 못한 이겸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제일 안타까운 점은 그런... 어른들의 잘못된 사랑으로 서우가 피해를 본 점이다. 겉으로는 웃고, 겉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아닌 척 그렇게 있었지만 속은 썩어 문들어지는 서우가 너무 안타까웠다. 게다가 이겸이까지 그렇게 삐뚤어지다니! 첫 편에 이겸의 넉살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런 마음으로 보게 된 두번째 이야기. 혜빈은...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사랑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 상처를 받고 죄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그렇게 세상을 등지며 살았다. 그러니깐 고교교사라는 신분으로 세상을 살아가고는 있지만 그녀는 사람들에게 등치고 엄청난 상처까지 받고! 그렇기 때문에 애당초 다른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잘 표현하지 않는다. 애궂은 머리카락만 죽어나지만...
이겸이 혜빈에게 청혼을 하고 나서는, 혼자 제 썩은 살을 핥는 것도 벅찼던 혜빈을 이겸이 어떻게 받아줄까, 게다가 결혼을 하면 어떻게 식구들에게 소개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혜빈은 원래 성격 좋은 아이었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스스로를 닫아버린 경력도 있는 아이였다. 게다가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덕에 동생이 허덕허덕 살아가는 것을 본 후에야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동생을 돌보는 것으로 산 사람. 행복해져도 좋을텐데..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키던 조폭씨.(이름이.... 고등학교 선배이다.) 그리고 나타난 악역의 그녀!(이름이~ ;ㅁ;). 그리고 틀어지고 숨겨졌던 모든 것이 서서히 들어난다. 이겸은 그런 폭풍 속 한 가운데서 거센 바람을 여과없이 맞을 혜빈을 지켜준다. 보듬어 주고 위로하여 준다. 여기서 이겸의 카리스마, 그리고... 팔풀출끼까지 완벽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읽은 몇 안되는 이지환님 글속에 매력은.. 처음에 혼자 난 체, 젠 체 하던 남주들이 결국에 여주들에게 쩔쩔매는.. 그러니깐 다른 님들의 글에도 그런 면이 보이지만.... 어쨌든 팔풀출이 되어 버리는 남주들이 너무 귀엽다. 제 아내들에게만 아들이 되고 남자가 되고 오빠가 되고 하는 모습이 말도 안되는 떼도쓰고ㅋ, 하지만 다른 데서는 절대 그렇지 않고.. 음음, 좋아 >ㅁ<//
이 글이 전에 어떤 이야기였다고 하는 데 나는 모른다. 그냥... 이지환님의 근작(어쨌든 나에게는)이 꽤 내 마음에 속속 든다. 음, 다음 이야기도.. 혹은 내가 읽지 못한 옛 이야기들도.. 언제나 기대하고 있습니다 >ㅅ<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