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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99개 달린 여자와 동거하기
이경미 지음 / 발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요령'을 잘 쓸 줄 알던 세영! 가족의 간섭이 싫어 단식투쟁으로 할머니댁에 간다는 것도 마다않는다. 이 실체를 알 고 있는 사람은 쌍둥이 동생 세희. 대학 공부까지 마치고 어느 날 찾아온 세희는 결혼을 해야 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남자가 무섭다는 말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남자의 사진을 본 세영은 세희 대신에 이 남자와 결혼해야 겠다, 그리고 아주 잘 살아도 봐야 겠다.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둘의 밀고당기기 신경전이 벌어지는데...
음... 아무리 당찬 척 해도 내 눈에는 세영이 참... 불쌍해 보였다. 채성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갖은 계략을 짜는 모습이 즐겁기 보다 안타까워 보이는 이유는 뭔지. 그러다 알게 된 채성의 사진속의 여인에 대한 이야기. 세영이는 비록 꼬리가 99개가 아니라 백만개쯤 달린 양의 탈을 쓴 여우에 타고난 '요령'쟁이 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본래 착한 그 모습. 죽어버린 채성의 사랑을 미워하고 싶어도 제대로 미워하지도 못하고 되려 가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급체도 했다!) 모습에, 게다가 어떻게 따지면 연적인 그녀의 동생들까지 돌봐주는 자상함에! 감동했다. 그 동생들을 봐주는 건 물론 계획이 아니라 세영의 착한 마음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채성은 어떤 여자를 봐도 그리 동하지 않는 편이다. 죽어버린 사랑을 잊지 못해서 3년동안 끙끙 앓지만, 그의 아버지의 협박에 못이겨서 결혼을 해야하긴 하지만... 세희를 처음 만났을 때 울것같은 겁 먹은 모습에 너무 조용한 모습에 싫증을 느끼고 무섭게 대하지만... 그 다음 세영을 만나면서 부터 세영에게 휘둘려 전전긍긍한다. 제 짝을 만난거지. 죽은 사람은 안됐지만.. 이미 죽은 걸로 진 게임이라고 본다. 죽으면 어쨌든 기회는 없는 거니깐...
세영은 성심성의껏 채성을 위한 계략...(?)을 짜고 죽은 그녀의 동생들과, 그녀를 둘러싸고 많이 다퉜던 민태, 채성의 아버지..를 편으로 만들고 채성에게 진정한 가족이 되려고 한다. 채성은 알게 모르게 조금씩 세영에게 빠져드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기도 하는데...
그러니깐 어쨌뜬, 제목에 나온 것 같이 꼬리99개 달린 여우가 세영이라지만, 사실 세영이는 많이 착한걸. 채성에게 많은 기회를 줬고, 또 채성이 일에 쫓겨 잘 돌봐주지 못하는 죽은 그녀의 동생들까지 잘 봐주고...
이런 이야기들이 어쩌면 담담하게,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게 그리고 여주 세영의 계략...(?)으로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읽기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