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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
지수현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니깐 김삼순은 내년이면 꽉 찬 한 판 30세가 되는 어쨌든 아직은 29살이고, 마지막은 거지같았지만 몇 년을 불꽃같이 사랑했고 이제는 결혼만이 살길이다, 외치는 노.처.녀이다.
직업은 빠티쉐. (내 눈에는) 케이크와 과자를 만드는 전문인.
부모님의 일절 원조 없이 일남 삼녀중 삼녀로 태어나 (본인의 말에 따르면) 이름도 거지 같고, 같은 부모님아래에서 태어났지만 언니 둘은 예쁜데 외모도 좀 딸리는... 그런 아픈 현실이 있지만 꿈을 향해 스스로 달리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를 달랠 줄 아는 멋진 여자, 김삼순.
아주 우연에 우연이, 아니 삼순이의 눈에는 악연에 악연이 겹쳐 안면트게 된 남자가 이제는 대뜸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라고 한다. 그 남자는 아주 오만하고 거만하고 재수없고 치사한 요괴이다. 물론 전에 일하던 곳에서 삼순이 자신의 사랑을 배신때리고 헤어진 그 날 다른 여자에게, 동창에게 청혼을 한 전 애인의 약혼식에 세상에서 제일 매운 케이크를 만들어 바치고 해고를 당한 후 빈둥빈둥 놀고 있고 일자리가 급하긴 하지만... 마의 9수, 29살에는 결혼도 하지않는 그 불길한 9수에 만난 이 요괴는 말도, 행동도, 외모도, 재력도.. 뭐 하나 꿀리는 것 없이 자신을 휘두른다. 그리고 삼순이는 반항도 열심히 하지만 아주 충분히 제대로 요괴에게, 장도영에게 휘둘린다.
"사장님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남한테 거절당하거나 인기 없었본 적이 없죠? 누구 앞에서 자기가 한없이 작아보인다거나 한 적도 없죠? 언제나 사람들이 사랑님한테 먼저 다가오죠? 그래서 가끔 나한테 호의를 보이는 사람이 나타날 때 그 기분이 얼마나 괜찮은지 모르죠? 그런 사람이 누군가의 쓸데없는 장난 때문에 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다가 나만 내버려 두고 떠나는 게 어떤 기분인지 모르죠?"
"좋아요. 마지막으로 15%. 그 이상은 아무래도 안 되겠어."
한달에 한 번, 금쪽같은 휴일을 쪼개 맞선에 맞선을 보던 삼순. 드디어 좀 괜찮은 남자와 연애다운 연애 해보나 싶었더니,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에 맞선을 보고 있던 요괴에게 딱 걸려 요괴의 마수를 걸리게 된다. 아까운 그 맞선남. 삼순이는 사사건건 부딪치는 이 사장이라는 놈이, 이 재수없는 요괴같은 남자가 싫다. 잘생긴 건 인정하지만...
친척에게 보증을 잘못서주고 날아가기 직전인 집. 오랜 추억때문에 차마 쉽게 버릴 수 없는 이 집을 살리기 위해 (남편에게 별거를 선언하고 귀국한 둘째 언니) 이영과, 막내 재정이와 돈을 모아보고 고민을 해보지만 빚을 갚기에는 턱도 없다. 악연에 악연이 덮쳐 어느새 서로덮밥이 되어 본의아니게 요괴의 어머니에게는 연인사이로 굳어져버린 삼순, 그리고 그녀에게 계약연인이 되기를 요구했던 도영. 삼순이 도영에게 계약연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대신 오천만원을 빌린다.
(이까지는 좋다 이거야.)
삼순이가 물었다, 왜 오천만원이 필요한지 묻지 않느냐고. 도영은 말했다, 내가 그것을 알 필요가 있느냐고.
왜 계약연인이 나냐는 물음에는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사랑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완전 분노의 폭주상태라 발췌를 미쳐 해놓지 못했다.)
소박한 삼순이의 이상형을 비웃기라도 하든 요괴도영은 그녀를 있는대로 휘두르고 흔든다. 그녀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의 가장 약했던 때의 이야기를 듣고, 가장 약한 모습을 보고, 그가 오래된 사랑에 흔드리는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져버리고 만다.
계약연애 약속 후 요괴의 집에 인사하게 된 삼순이는 여전히 아들을 믿지못하는 그의 어머니의 그를 사랑하냐는 질문에 "좋아합니다. 제가 만들 수 있는 가장 맛있는 케이크를 제일 먼저 먹여주고 싶을 만큼이요." 라는 예쁜 말을 하고 요괴나 그의 어머니를 놀래케하기도 한다. 그는 사랑을 믿지 않고 언제나 독설가이기는 하지만 썩 괜찮은 남자이다. 나이답지 않게 순진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전 애인의 완전 철없다 못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에 우는 삼순이에게 "시끄러워! 입 닥쳐! 내가 뭐라고 말하는데 꼬박꼬박 말대꾸하지 마! 그리고 두 번 다시 그놈 때문에 울지 마! 다른 놈 때문에 울거나 속상해 하는 바보 같은 짓, 절대로 하지 말란 말이야!" 이런 말도 하긴 한다. 가증스러운 새끼.
그녀의 길지 않는 30년 인생에 기가막히게 그녀를 스쳐지나가는 전 애인은 헤어질 때 말했다.
"정말로 자신의 운명의 상대를 만나면 갑자기 자기 심장에서 좋소리가 들려온다고. 이 사람이다, 이 사람이다, 이 사람이다. 그렇게 말해 주는 그런 종소리가."
또 이런 기가막히고 코가막히는 남자가 있다 요괴라고 사랑을 택도 안되는 호르몬설로 부인하는 사람.
"2년? 겨우 2년 만에 사랑이 식는다구요? 왜요?"
"2년이 지나면 사람에게서 사랑에 대한 항체가 생긴다는군. 호감이 생길 때는 도파민, 사랑에 빠졌을 때는 페닐에틸아민, 그러다가 그 사람을 껴안고 싶어지고 같이 자고 싶어지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가 되고, 마침내 엔도르핀이 분비가 되면 서로를 너무 소중히 여거서 몸과 마음이 충만해진다는 거야. 하지만 그 모든 게 2년 정도가 지나면 항체가 생겨서 바싹바싹 말라버린다구. 그럼 도파민이든 헨도르핀이든 모조리 끝장이고, 아무 것도 없이 싫증난 남자와 여자만이 있을 뿐이지."
이렇든 진심이 없는 전 남자와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는 수시 때때로 그녀를 흔드려고 하고, 그녀는 꽤 분별있게 흔들릴 일에만 착착 흔들리면서.. 그렇게 연애를 한다. 그녀는 유능한 빠티쉐고, 분별있고 자신감넘치는 당당한 사람이다.(정말 좋다.) 이름때문에 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는 것 때문에 약 30년을 벼려왔던 개명신청을 부모님의 반대에, 그리고 이제는 도영의 반대에 부딪혀 하지 못해도... 삼순이는 사랑에 회의적인 요괴에게 호르몬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한번도 진지않지 않는 연애를 해본 적 없다고, 언제나 진지했고 최선을 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떠나간다고...
사랑하지 말자던 둘의 사이는 점점 미묘해지고 서로 고백하고 과거를 이야기하고 보듬어주고 삼순이는 조금 더 그에게 욕심을 내려고 하는 때쯤에, 그의 전 애인... 죽고 못살았다던 그 유명한 유희진이 돌아왔다. 삼순이는 그에게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당장 헤어지자고 말한다면 그래주겠다고, 그러니깐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한다. 그에게도 분명 상황이 있고 스스로 정리하지 못해서 그녀에게 선뜻 사실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거짓도 말하지 않았다고 납득하는데, 최악의 타이밍에 삼순이가 나타나고, 그녀는 그 둘 사이를 오해한다.
"요컨대 도영 씨는 그 여자가 초록 바다인지, 회색 바다인지 알고 싶다는 말이로군요."
"그래."
"그 여자가 초록 바다인지, 회색 바다인지 구별이 갈 때까지 나는 당신 옆에서 기다려야 하는 거구요. 당신은 나한테 돈을 지불했으니까요."
"그래."
"그 여자를 만나고, 꼭 나한테 온다는 보장도 없는 거지요?"
"그래."
"결국 당신은 그 여자하고 완전히 끝난 게 아닌 상태에서 나를 붙잡는 거잖아요. 그것도 일종의 양다리 아닌가요? 당신이 예약서에 명기했지요? 양다리 걸치지 말기. 대체, 지금 당신이 하는 짓이 민현우하고 다른 게 뭔데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거겠지."
"결국 나한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로군요. 그 사람처럼 당신을 떠나고 싶어도 난 당신이 지불한 돈에 묶여 있으니까. 그런데 왜 나한테 이렇게 다 늘어놓는 거예요?"
"당신이 좋다고 했잖아."
(↑아...젠장.. 정말 싫다. 나는 뒤에 당신이 좋다고 했잖아~같은 말에 속지 않는다. 이 남자, 정말 싫다!)
그렇게 오해한 채 없어져버린 삼순이를 가볍게 생각했던 도영. 좀 있다 삼순이를 찾아보려지만, 삼순이는 이미 없어졌고, 분노에 찬 그녀의 언니만이 오천만원 들고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삼순이가 돌아오면 할 일이 많다. 그녀의 무턱대고 오해하는 급상 성질, 함부로 끝끝끝 이라고 해대는 말버릇, 시퍼렇게 멍이 들 만큼 발길질을 해대는 못된 버릇... 하지만 도영은 삼순이는 그 뒤로.. 만나지 못한다.
삼순이도 삼순이 나름대로 힘들어 하고, 하지만 저번 실연처럼 몸 망치는 일은 하지않겠다 다짐한다. 그에게서 온 문자.
-김삼순이 당신, 혹시 내가 먹었떤 케이크에 무슨 이상한 약이라도 탄 것 아니야? 당신이 안 보이니까 사방에서 당신이 보여. 나 지금 무지 외로워.
삼순이를 생각하면 즐겁고 놓치기 싫다고 생각하는 도영은 홀로 그녀의 집에 인사를 오고, 비록 그녀의 어머니가 그를 싫어하긴 했지만, 다른 가족들은 좀 반기는 분위기.
"내 동생하고 구체적으로 어쩔 생각인지 물어도 될까요?"
"둘이서 죽을 때까지 잘 먹고 잘살아볼 생각입니다만."
대충 허락되는 분위기에서 그는 삼순이가 제주도에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쫓아간다. 그 남자가 그랬던 것 처럼 그 곳에 올라가면 뭐든지 다 될 것 같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잊기위해 올라갔다. 하지만 다 올라간 그곳에서 느꼈던 허탈함. 그리고 떠오르는 그의 생각. 오히려 그와 함께 하고 싶다. 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 타이밍 좋게도 그는 그녀를 따라 올라가 그녀를 구출해준다..-ㅅ-ㅋ
드디어 둘이 맺어질 때 쯤, 삼순이는 도영에게 살 좀 빼고 하자는 말을 하고, 도영은 그런 기약없고 확신없는 일때문에 정말 좋아하고 그래서 하고싶은데 하지 못한다는 것에 발끈해서 하는 말이.. 좀 귀엽다.
"당신이 나이가 많다 한들 나보다 많아? 몸무게가 나가도 나보다 더 나가? 당신이 아무리 동그래도 김삼순은 장도영이 업고서 한라산을 내려올 정도의 몸무게밖에 안된다고!"
무지개 너머, 저 하늘 높이 어딘가에
어릴 적 자장가에서 얘기 들었떤 아름다운 나라가 있어.
굴뚝 꼭대기보다 훠린 높은 그곳에서 걱정, 근심은 레몬 사탕처럼 녹아버려.
거기서 날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파랑새들이 하늘을 날아다녀요.
그러니 왜, 왜 나라고 날 수 없겠어요?
- 쥬디 갈란드 Over The Rainbow 中
정말 싫어하는 남자주인공이 나오는 책이다.
드라마때문에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지만, 드라마나 책이나 이 남자주인공은... 화가 나서 욕이 절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정말로 삼순이니깐 참지, 니가 삼순이라고 믿고 참고 기다려주는거지, 라는 말도 남주들의 욕과 함께 절로 나온다. 차라리 한량이나 바람둥이가 훨씬 낫지, 싶을 정도로 미움받는 이 남주의 특징을 이야기하자면, 전 애인을 잊지 못해 결혼하지 않겠다고 집안에서 주선하는 맞선을 최악의 방법만으로 거절하고, 삼순이는 돈으로 사서 휘두르고.. 제의를 받아드리고 조건을 건 사람은 삼순이지만, 그래... 이게 삼순이의 없는 잘못이기도 하겠지만, 아주 당당하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휘두르고 흔드는 그의 행동이 정말!! 정말!! 싫다. 필요할 때만 아무 생각없이 별 뜻없이 삼순이를 있는 힘껏 잡고 흔들더니, 나중에는 비겁하게 살짝 발을 빼고 삼순이 무시하고.
도영의 옳지만 매섭고 배려하지 않는 말투가 정말 싫다. 그 모습은 드라마에서 현빈도 연기를 잘해놨지만, 도영은 훨씬 더 무섭고 재수없는 요괴일거라는 인상이 팍팍 든다.
"사람 좋아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언니한테는 힘들어도 하고 싶다고 잘난 척했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 어려워요. 실패할 때마다 다음엔 잘할 수 있겠지 생각해도, 갈수록 더 어려워져요. 나, 정말 바보인가 봐."
울면서 이야기를 하는 삼순이 보면서 정말 가슴이 메여왔다. 어쩌다 그런 요괴같은 남자를 만나서 휘둘리고, 맞선 볼라치면 제 좋을 때로 안된다 하고, 그러는 자신은 전 애인과 삼순이 사이에서 왔다갔다...
막상 희진을 만나고나서 도영은 그녀에 대한 감정이 만나지 않던 힘들었던 그 시간동안 바랬다는 것을 알고 정리를 생각하기도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정말... 에휴.
그녀와 그의 이유있는 이야기들이 좋긴 했다. 마냥 싫은 건 아니다. 그저 오른손에는 과거의 여자를, 왼손에는 삼순이를 잡고 널 사랑해라고 말하는 건 삼순이, 애틋한 감정을 느끼는 건 희진이. (드라마보다 덜하지만..-ㅅ-;)
..어쨌든 이 이야기를 좋아하게는 되었지만, 정말로 제일 재수없는 남주가 나오는 이야기임은 변함이 없다.
중요한 건... 제일 중요한 건... 이것보다 더 많고 더 예쁜 리뷰를 적었는데 오늘 새벽 5시 점검때문에 날아갔다는 거!!!...아, 귀찮아서 더 못적겠다. 똑같이 한 번 더 적는 건 정말 아주 힘들다.
궁금한게 있는데... 대체 삼순의 둘째언니, 이영이는 왜 별거를 하는 걸까?
...삼순이와 도영의 이야기보다 이영이와 그의 남편 이야기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도영도 아주 쪼금 멋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이영의 남편의 그 카리스마... 우리 둘의 이야기가 더 중요해~ 라는 말에 반해버렸다.
대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