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구자영 지음 / 영언문화사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선우가의 돈 주앙 차남 세준. 일찍이 카리스마와 결단력, 오만, 집착 등등으로 일을 해오고 가정을 지키는 이 집에 별종이다. 스스로 바람둥이라 칭하고, 스스로 예쁜 여자들과 즐기는 것을 아주 좋아하고... 하여튼 그런 남자,

 

  그 무서운 큰 형의 부인 미사('천사와 사랑을'의 여자주인공)와 딸을 회사 CF에 출연시키고 일그러진 큰 형 이준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한편, 그러면서도 생존본능으로 오늘도 여전히 도망다니는 세준은 이 덕에 꽃집의 통통아가씨 하영을 만나게 된다. 비서 인영의 이종사촌동생인 하영. 세준의 많은 여자들의 뒤치닥거리(꽃배달;)를 해결해줬던 그곳. 본인만 모를 뿐 이미 VIP고객인 세준이 그녀의 꽃집에 찾아가게 된다. 물론 생존본능으로...

 

  하지만 딱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하영의 속을 박박 긁는 세준. 나름 세준은 딱 처음 본 하영이 재미있고 웃기고 보기만 해도 즐겁다.

 

  슬쩍슬쩍 키도 물어보고 몸무게도 물어보고 슬쩍슬쩍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기분 좋다. 계속계속 그녀 생각만 절로 하고 하면 또 웃고 즐거워지는 세준은 그때마다 덫에 걸린 듯 불쾌한 불안감을 느끼지만(-ㅅ-하영의 매력에 걸려들은 거야!) 대수롭지 않게 느끼고 또 언제나 꽃집의 그 통통아가씨, 하영을 만나러 갈까, 어떤 구실이 필요할까.. 만 생각한다.

 

  세준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전혀 깨닫지 못하는 그녀는 세준의 핑계거리인 형수님께 드릴 꽃다발, 형수님의 정보 공유로 하영을 꼬시고 하영은 끝까지 알아채지 못하고 세준에게 점점 마음이 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역시 천천히 세준에게 빠져든다.

 

  그런 둘의 사이를 최초의 의심한 사람이 하영의 이종사촌언니이자, 세준의 비서인 인영! 그녀는 하영에게 이를 갈고 세준에게는 분노의 눈빛을 날린다. 둘은 이유도 모른채 인영에게 설설 기면서 몰래 데이트를 하는데, 중요한 것 이 몰래 데이트를...세준만 인식하고 하영은 그저 미사님♡에게 열렬한 하트를 날릴 뿐인데...

 

  점점 빠져드는 세준. 그리고 세준 나름의 플레이보이 기준에 입각해 통통아가씨 꼬시기를 시작하는데, 하영이의 친구 결혼식축하를 위해 만나게 되는데 그 곳에서 하영의 옛 남자친구를 만나게 된다. 순식간에 질투에 온몸이 타오르게 되고 요것때문에 또 한참 고민... 그러다 예전에 사귀었던,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헤어지고 친구가 되고 나서 더 좋아져버린 그의 친구, 혜성이 귀국하게 된다.

 

  [자아, 머릿속으로 상상해보는 거야. 당신의 방 침대에 그녀가 누워있어. 그녀가 누구냐고? 당연히 하영씨지. 입다물고 내 말대로 떠올리기나 해. 하영씨는 나풀거리는 붉은 네글리제를 입고 다리를 쭉 펴고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그녀가 입은 네글리제는 너무 얇고 투명해서 속살이 다 비춰 보일 정도지. 아, 지금 한 남자가 문을 열고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어. 그녀가 온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하고 있는 남자야. 그 남자는 천천히 다가와  하영씨를 살며시 안아들지. 그녀의 이마에, 뺨에, 귀여운 코끝에도 키스를 하고 서서히 그녀를 사랑할 준비를 해.]

  ...

  [하영씨가 남자의 넓은 등에 팔을 두르고 꼬옥 안겨들어. 입가에는 온통 행복한 미소를 띄고 말이야. 그리고 남자는 하영씨를 안은 채 서서히 돌아서. 넓은 어깨, 탄탄한 가슴,  멋진 목덜미, 섹시한 입술, 우뚝 선 콧날, 사랑이 가득 담긴 눈동자. 그는 바로…, 바로 하영씨의 옛 남자친구야!]

 

  서로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에, 혜성은 그녀를 좋아하긴 하는 것 같지만 안고 싶지 않다는 둥 이딴 헛소리를 해대니 혜성은 단호하게 네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사랑이다! 잡아라! 라고 말해준다. 우연히 그 근처를 지나가다가 둘을 본 하영은 둘 사이를 오해하고 세준에게 싹트는 마음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좀더 확실한 관계를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빙자해 하영에게 꽃바구니를 주문하고 하영은 미사님♡과의 만남에 손수 배달을 결심한다. 하지만 그녀는 5살짜리도 울고간다는 방향치! 결국 중간에 가다 말고 길을 잃어버리고 울면서 세준에게 전화한다. 이제사 하영이를 좋아한다, 사랑한다~ 라고 확신하는 세준은 하영이가 울때마다 제 가슴이 찢어지는 것 마냥 달달 달라붙고...(으읏, 부러워;;) 간신히 집에 데려다놓고 가족들과 간단한 이야기를 하는데, 아뿔싸... 좋은 이미지는 커녕 하영은 자신보다 더 자신의 화려한 여성편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비서인 이종사촌언니가 꽃배달을 그 곳에서 했기때문...(아구, 꼬시다, 꼬시다~)

  

  세준과 하영은 그 후 차근차근 달콤하고 행복한 연인의 단계를 밟...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조금 가까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먼 그녀, 통통아가씨. 갑자기 집으로 내려간 이유가 '선' 때문임을 알게된 세준은 이를 박박 갈면서 대구로 전속력 다해 내려간다.

 

  세상에 어떤 부모가 강제로 자식을 결혼시킨단 말인가! (세준의 아버지, 선우 회장이 그랬다!) 진정 자식의 행복을 원하고 자식을 사랑한다면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 (강제결혼을 한 그의 형은 현재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어쨌든 어거지이기는 하지만 양가 부모님께 서로 인사드리고, 직접 사랑고백을 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그녀에게 마음을 확실하게 내보인 세준은 그 뒤 정말로 살콤달달한 연인의 다단계를 밟고 매일매일 행복하다. 언제나 정착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여러 여자들 사이를 전전하던 아들이, 동생이 이제는 맘 잡고 한 여자에게 온 몸을, 온 마음을 받쳐 사랑하는 모습에 완전 감동.

  비록 방향치라도, 비록 음식도 독극물수준일지라도, 비록 아직까지 연예인을 좋아하고 열렬하게 왕성한 팬활동을 하더라도... (귀엽다, 하영이 >ㅅ<//)

 

  아무튼 세준의 통통 아가씨-동생이 가끔 그런 호칭으로 하영씨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 녀석, 유치하긴.-는 아주 매력적이고 동생 말대로 어디로 튈지 몰라 항시 주시하고 있어야하는 <주의요망>이라는 빨간 딱지를 붙인 사람이었다. 물론 그런 그녀에게서 절대 눈을 떼지 않는 세준은 투덜거리는 불평과는 달리 누구 다른 이가 하영에게 시선을 주기만 하면 금새 으르릉거리며 털을 곤두세웠다. 항상 지워지지 않는 친절한 미소와 세련된  매너로 만인의 칭송을 받던 녀석이 말이다.

 

  결혼할때까지 참으려고 했지만 안되고 그녀와 잠자리를 들려고 하던 세준. 하영이 처음이 아니라는 말에 세준은 알수없는 반응을 보인다. 그 반응을 하영은 경멸이라고 생각하고는 그 집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둘은 파혼의 위기에까지 가게 되는데...

 

  하영은 언제나 여러 여자들 사이를 전전하면서 개방적인 행동을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는 처음을 요구하고 생각했던 그의 보수적인 생각에, 그 경멸의 눈초리(...라고 생각하는)에 상처받고, 세준은 그녀의 처음을 그딴 놈과 했다는 것에 질투를, 알수없는 질투를 했던 것이다. 곧바로 화해를 하려고 했지만 이미 마음을 꽁꽁 닫아버린 하영은 세준을 만나주지 않고, 둘다 점점 버석버석 마른다.

 

  이준의 100% 경험담에 힘입어 세준은 오랜(...그다지..;) 방황에서 벗어나 하영에게 용서를 구하자, 그리고 제 마음을 솔직히 하나 빠뜨림 없이 이야기 하자 다짐한다. 하영에게는 같이 사는 인영이 용기와 지혜를 나눠준다. 비록 이제껏 여자들에게 산 준 꽃을 싹 모아 줄을 세우면 지구를 돌테고 가끔 어디 나가더라도 그를 아는 여자들 한 둘 쯤은 만나겠지만... 사랑한다면, 믿어라고, 그런 사람 아니라고...(나는 사랑때문에 우는 친구들에게 절대 이런 착한 말 못해줄 것 같다-ㅅ-)

  

  그렇게 둘은 결실을 맺고 선우가의 차남 세준의 바람기도 없어지고 한 여자에게 오로지 현재와 미래를 함께하게 된다 

 

[많이 초조하니? 한시라도 빨리 결혼식 해치우고 싶어?]

[…뭐어……그냥….]

[뭐야! 그럼 결혼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빨리 결혼하고 싶어서 그렇게 안달복달했단 말이야?!]

  

  나는 왜 이런 책이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역시 내 취향은 귀엽고 알콩달콩, 가끔 닭살스럽게 사랑다툼도 좀 하고, 둘다 바보같은 삽질도 하기는 하지만 눈물날만큼 슬픈 것도 아니고 살짝 심장에 스크래치만 남을 정도.. 딱 고정도의 이야기인것 같다.(심장 스크래치가 더 나쁜 건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는 이런 이야기가, 그리고 구자영님이 지은 전前 권 <천사와 사랑을>, <내 아내를 보스>도 좋다. 가끔 아주 신파에 슬픈 이야기가 읽고 싶은 적도 있지만 대체로 이 정도가 내 취향이랄까, 너무 고뇌하고 아파하는 이야기는 내가 힘들다. 세상이 비관적으로 보일만큼... 하지만 읽어야 한다면 읽겠어요, 봐야 한다면 백번이고 또 보겠어요.

 

  언젠가 남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고3 때, 저녁급식을 먹고 이 닦고 친구들과 산책을 할까 아이스크림 사먹고 후식땡할까 고민하는 중에 운동장이 소란스러웠다. 살빼야한다는 강박도 있긴 했지만 아이스크림의 후식땡에 마음이 뺏기고 매점에서는 결코 교정으로 가지고 나오면 안되는 간식을 들고서 운동장을 내려다보니 여고의 중간쯤 젊은 남쌤들이(유일한 총각...은 체육인데 1학년 담당이라 일찍 튀고 없었다) 옆 남고 선생님들과 축구 친선경기가 있다고 열심히 뛰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2학년까지는 남쌤들이 정말 없었다. 정말로 정년을 눈앞에 둔 호호할아버지쌤들만 있던 곳에 3학년이 되니 갑자기 들이닥치는 중간쯤 젊은 남쌤들.. 으흣, 유부남을 몸바쳐 좋아하는 재주는 없지만 여고의 마지막 일년은 정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던 때라 잠시 눈요기로 살살 살피곤 했지..

  어쨌든 그 축구를 보면서 생각했다. 나도 남자가 되고 싶다. 어디서 포인트를 잡아야 하냐고 물으신다고 이렇게 말하겠다.

 

  "생김새에 그냥 딱 보통에, 몸매는 30~40대 아저씨인데.. 공 하나에 미친듯이 땀내 내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전교 여고생들이 소리 지르면서 응원하는 모습"

 

  ...나도 환호가 받고 싶었던 것 같다.. 프흡^-^* 선생님들도 신났는지 저녁급식후 다음 정각의 첫번째 야자시간 중 반은 좀 더 쉴 수 있었다.

 

  인기많은 남자가 싫다는 건 아니지만, 어느책에서나 그 인기를 실감하고 확신하는 남자들의 거만한 행동을 꼬집는 내용이 많은데... 백번 꼬집어 주세요. 아주 당차고 반짝반짝하는 세상에 숨은 진주같은 여자들 만나서 제 행동이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힘들게 했는지 백번 깨달으면서 사랑하게 해주세요! 하고 생각하는 날 보면 좀 웃긴다. 남자 손이라고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 쳐다본 적도 없고(..솔직하게 잡아본적이 없고 쳐다본 적은 많은 것 같다.), 상반신 누드는 고등학교 이후 가끔 살펴봐주긴 하지만 실물 본 적 없고-ㅅ-;; 어쨌든 연애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재미없는 나같은 사람이 어째 알겠냐마는...

 

  그래도, 세준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했던 어렸을 적 ㅋㅋ, 그리고 그런 남자에게 매력은 느끼지만 현실적인 여주들 모습... 어쨌든 여주들의 현명한 모습에 이런 소재의 이야기를 보면 더 행복해진다.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이 책은 줄거리를 꼬집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너무 술술 읽어서 그런가 그게.. 기억나는 것 없이 행복하다~라는 생각만 가득하고, 중요 몇 부분만 생각이 난다. 그래서 발췌가 많은데, 이것도 좀 걸린다. 그저 발췌로 줄거리나 분위기가 꼭 살아나서 다른 사람들도 읽으면서 행복했으면 하는 것이 바램? ㅋㅋ

 

  여자때문에 바람잘날 없이 잘 나가는 세준이의 과거 이력에 비해 여자들 등장은 적은 편, 그만큼 뒷정리를 어쨌뜬 깔끔하게 했다는 거겠지, 그리고 하영에 대한 일편단심. 정말로 좋아하는 여자앞에서는 완전 바보가 되어버리는, 이제껏 여자 후리던 기술따위 국 끓여먹고 전전긍긍하는 세준의 모습이 좋았다-ㅅ-ㅎㅎ

 

  둘다 완전 삽질삽질, 누가 더 땅 잘파요? 식으로 척척척 땅속으로 들어가는 둘 모습이 웃기고 재미있고 부럽고.. 어쨌든 나에게는 행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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