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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는 보스
구자영 지음 / 영언문화사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같은 상황, 다른 생각이기는 하지만... 어두운 골목 으슥한 밤, 단미는 건달들에게 위협을 받게 되었고 스스로 다 때려잡은 뒤에 그 근처를 지나가던 지후가 다시 그녀를 구하게 된다. 말이 안되긴 하지만 그 둘이 만나게 된 상황은 이런 것이다.
첫 눈에 반해버린 강지후! 다행히 동생 호영과 그의 사촌동생이 친구일줄이야. 적극 지운(지후의 사촌동생)의 격려...를 빙자한 협박 등등으로 그가 좋아하는 여성상을 알아내 죽을만큼 노력하고 노력하여, 드디어!! 드디어, 그와 맞선을 보고 청혼도 받게 된다.
결혼식 당일, 단미는 마냥 행복하였으나, 지후는 그녀에게 미안했다.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 아니라 자신의 특수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와 결혼했다라는, 그리고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을 했지만 본인은 아직까지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 것등등... 여기서 살짝 지후가 얄밉긴 한데, 지후는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정이라도 키워서 그녀와 죽을때까지 같이 살 수 있을 것이다라는 너무 안일한 생각을 하고 가볍게 넘긴다.
여기서 그녀의 상황을 살펴보자면, 음...그의 홀아버지를 모셔야 하고 사고로 죽은 형의 쌍둥이 남매를 제자식마냥 키워야 하고 살짝 골때리는 철없는 시누이도 있고, 그는 검사로 사건 하나 터지면 바빠서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겠고... 그래도 그녀는, 단미는 지후가 너무 너무 좋아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며 제 본성 숨기고(!!!) 그에게 맞는 여성상이 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한다.
신혼여행 이후, 첫날. 산에서 수련하던 때처럼 이른 새벽에 일어난 단미는...
김단미의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너는 내가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마, 강지후!
쿨럭-ㅅ-;; 이때 지후는 아주 코~하면서 자고 있습니다.
더불어 단미는 또 다짐하지요.^-^*
아무래도 그 한의원, 단골할까봐!
남편은 검사인데 부인이 살짝, 아주 살짝... 암흑계와 손이 닿아있다는 거, 좀 친한 애들도 있다는 거, 그쪽 동네에서 제 얼굴 몰라보는 사람 거의 없다는 거, 뭐 이런 사소한 비밀들때문에 단미는 늘 두근두근, 이 거짓된 행복이 언제나 깨어질까 불안해할때쯤, 8년 전 단미에게 졌던 일본인이 한국에 귀국하고 (그의 약혼녀도 들어와서 단미를 어찌어찌 해볼까...하지만 사실 그녀는 아주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다. 밉지 않아~ >ㅅ<//), 지후는 그 쯤해서 사건을 맡게 되는데 꼬리를 잡고 추척하는 중에 도망가고 그 악당은 지후의 가족들을 위협한다.
쌍둥이가 납치되고, 단미는 미쳐버리고 이성을 잃고... 지후가 정체를 알게 된 것에 심하게 좌절감도 느낀다. 쌍둥이를 구하기 위해 지후들과 같이 움직이게 된다. 지후는 지금껏 단미에 대해서 더 알아볼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회의하고, 자기도 모른 채 정말 단미에게 빠져있고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후는 다짐했다. 이 일만 마무리 지으면 아내를 품에 안고 모든 이야기를 들으리라.
그녀가 말하지 않은 것들, 말해야 할 것들, 그리고 말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들어주리라!
그리고 쌍둥이 남매를 무사히 구하게 되고, 단미와 지후는 드디어 오해를 풀고 정체를 알게 되고,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내가 이런 식으로 흥겨운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점수가 더 후하다. 어쩔 수 없지, 흥흥흥. 원래 진지하고 울게되고 복잡한 이야기는 기분 나지 않으면 손도 되지 않는 걸 어떻게.
개인적으로 영화 '조폭 마누라'는 정말 재미없게 봤다...(추석때, 설때마다 보긴 봐서 2편인가까지 하여튼 나온데까지는 다 봤다-ㅅ-;;) 그 이유중 가장 큰 게, 저 여자는 감정도 없나 강한 것이 멋지고 그 점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여자는... 사람이기도 포기한 것 같은 생각이나 상식, 행동하는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원한다는 언니의 말에 대충 선봐서 결혼하고(내눈에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네가 낳은 아이가 보고싶다는 말에 시도때도 없이 남자를 괴롭히는...(암만 색골인 남자라도 이 여자 앞에서는 맥도 못출것 같다는 느낌이 파바박=ㅅ=;;)
그랬기 때문에 여자가 조폭이다, 보스다, 라는 느낌이 드는 이 책을 선뜻 볼 수 없었다. 내가 남자라는 것들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죄 잡고 책임감, 의무없이 휘두르기만 하고, 무식하게 사람패고.. 하여튼 이런 이미지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왠 일! o_O!!
그런 내용이 아닌것이다. 그녀는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에 유전으로 인한 선천적인 빨간머리때문에 심하게 왕따를 당하게 되었고, 신경쇠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때 그녀의 집 상황은 친할머니께서 오늘내일 하시는 상황. 그녀를 볼 여력이 없던 집에서는 그녀를 외할머니댁에 보내게 되지만, 그녀는 이미 마음의 문을 닫은 후였다. 우연히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스님을 만나게 되고, 그 곳에서 버려진 아기도 기르게 된다. 마음의 문을 닫고 꽁꽁 숨어있는 단미는 그 두사람때문에 세상과 다시 소통할 용기를 얻게 되었다. 물론 거기에다가 수련으로 인한 단련도 빼놓지 않겠다. 그녀는 정신적으로도 강해졌지만, 신체적으로도 아주아주 무척! 심하게 강해졌기때문이다.
남주이야기를 해보자면, 지후는 검사에 작가의 다른 작품 <천사와 사랑을>에서의 남주, 이준이와는 고교동창이다. (단미도 미사와 모종의 썸씽이 있다.) 그는 사랑으로 맺어진 친구네 부부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자신은 그러지 못한다. 가족을 잘 보살필 수 있는 가부터 시작해 모든 조건을 세세하게 따져 노력으로 만들어진 단미를 선택하게 되는데, 어쨌든 그는 앞서도 말했지만 단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점을 이용할 뿐이다. 어느날 우연히 단미의 날라차기 봐도 그냥 그럴려니 넘기고, 그녀에 대해서 알려고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그녀와 동기지간인 동아가 내려오고 동아와 그녀가 정신적 교감을 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알수 없는 불쾌감을 느끼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을 느끼는.. 전형적인 바보남편이다 -ㅅ-흥!
단미는 모든 것을 알면서도 지후를 감싸안고 그의 가족도 감싸안고, 에휴, 그렇다고 그녀의 본성이 포악하거나 막되먹지 않거나 그런 건 아니다, 살짝 쾌활한 모습을 숨길 뿐, 원래는 참한 여자라고!
제 속으로 낳은 아이도 아닌데 쌍둥이 남매를 잘 보살피고 키우는 모습에 감동했다. 아이를 좋아한다 좋아한다 해도, 단미만큼은 아이들에게 잘 해주지 못할 것 같다는 게 내 소감. 진심으로 아이를 위하는 단미가 멋잇었다. 물론 형 부부가 사고로 죽자 그 아이를 제 아이로 키울 생각을 하는 지후도 멋있지만, 아이에 관한 일을 어디.. 지후가 제대로 하겠는가..
다행히 지후는 그리 꽉 막히고 완전 바보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을 진심으로 위하는 줄 알고, 그 역시 그녀를 진심으로 위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기때문에...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 진작에 알고 있는 그녀의 본래의 모습을 알아주고 받아주는 지후가 살짝 멋있었다. 아주 살짝,
전체적으로 좀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고 흥겹게 읽을 수 있는 글이다. 나는 물론 이런 글을 아주 좋아하고 해피엔딩이며 마다하지 않는다. 정말 즐겁고 흥겹게 봤으며, 나도 운동 좀 해볼까? 하는 건실한 생각까지 하게 하는 정말 좋은 책이다! (내가 운동할 생각을 하게 하다니~!!!)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것도 아니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숨겨야 할 급급한 현실과 그의 진정한 사랑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단미의 고뇌(;;;)는 살짝 심장을 찌르기도 했다.
"내가 사랑하게 된 여자는 얌전하지도, 순종적이지도 않았어.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꼭두새벽부터 정원에서 발차기 연습이나 하고, 내가 안 보는 곳에서 집안 군기를 잡는 여자지. 또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애들 때문에 동네 아줌마와 싸우면서 소금을 갖다 뿌리기도 하지. 그녀는 쉽게 흥분하고, 호쾌하게 웃을 줄 알고, 너무나 열정적인 여자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웬만한 남자 대 여섯 명쯤은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정말 무시무시한 여자지. 결국 내가 사랑에 빠진 여자는 아내로 삼기로 결정한 여자보다 더 멋지고 매력적이고 귀엽고 강하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란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