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우
이희정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같은 여자가 봐도 참하고 단정한 녹우는 쓸쓸한 눈으로 사람을 멀리한다. 우연히 이름때문에 관심이 간 근하는 녹우를 보고 보듬어주고 싶다, 안아주고 싶다고 강렬하게 느낀다. 여자에게 관심도 느낌도 없고 심지어 가벼운 상대로 생각하던 근하에게 녹우는 새로운 충격이도 새로운 도전이다.

 

  녹우의 책방은 남자손님들이 읽을 거리는 없고 순 여자손님들에게만 열려 있는 곳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녹우와 말을 터야겠다는 목표 하나로 들어갔던 근하는 어쨌든 책과 함께 녹우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 뒤로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은 녹우에 대한 근하의 전설이 시작되는 거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녹우와 그를 보듬어 주려는 근하. 그리고 녹우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두진.

 

  첫번째 재미는 두진의 해바라기 사랑이다. 약혼자 행세를 하며 녹우를 지켜주려고, 이제는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강하게 녹우를 밀어붙이는 두진. 그래서 녹우에게 집착했고 간신히 찾아왔다고 생각한 제 사랑이 멀어지는 것을 알고는 좀 유치하고 잔인한 행동도 했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녹우의 가족이다. 근하는 녹우에게 약혼자가 있더라도 놓치지 않겠다고 두진덕분에 더 마음을 강하게 먹었고, 녹우도 그런 근하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더 강하게 생각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두진은 이번에도 녹우를 잃게 된 것이다.

 

  두진이 녹우에게 쓴 편지가 정말 안타까웠다. 이번 생에 마음껏 그 사람과 모자라지 않게 사랑해라, 후회없이 사랑해라. 다음 생애에는 널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 라는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느껴져서 살짝 철없는 행동을 해서 녹우 마음에 짐을 더 얹어주었던 두진이 너무 불쌍하게 안타까웠다. 나중에 마음을 정리하게 새로운 여자도 사귀고 녹우의 결혼식때 돌아가신 녹우의 아버지를 대신에 녹우를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기도 한다. 아주, 장하다. 두진. 너도 참 괜찮은 남자야.

 

  두번째 재미는 근하네 다정하고 따뜻한 가족 이야기. 근하의 누이 근영이의 딸 경하가 하는 귀여운 말. 분위기를 정말 따뜻하게 만드는 아이다. 다혈질이긴 하지만 심성착하고 여리기도 한 근영은 녹우의 허물이 신경쓰이기도 했지만, 근하가 그렇게 녹우를 좋아하는데... 허물이 아니라 사람만 보고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녹우와 친해지기도 하고, 밀어주는 역할도 하고, 녹우의 (빌어먹을) 전남편 우진을 막아주고 대신 때려주는 정말 후련하고 속 시원하게 하는 사람이고.. 그녀의 남편도, 상상하면 멋있는걸..:)

 

  제일 중요한 근하의 어머니. 이제껏 힘들게 살았고 마음이 시린 건 알지만 며느리감으로는 안된다 싶어 모질지 않는 가슴으로 불쌍하긴 하지만 짝으로는 안된다고... 하지만 녹우를 점점 볼수록 안타깝고 보듬어주고 싶고, 딸보다 더 정이 가는 마음에, 나중에는 근하의 짝으로 인정하되 나중에라도 이런 힘든 일이 생기면 너무 빨리 포기할까봐.. 사랑이든 삶이든 힘든 마음에 너무 일찍 포기할까봐 시험하는 부분이 정말 멋있었다. 무조건 반대도, 무조건 찬성도 아닌.. 시험하고 녹우를 알아보고 그 착하고 허전한 마음에 나중에 어머니가 되주마 하는 부분에도 같이 감동하고 눈물을 흘렸다...ㅠㅅㅠ

 

  녹우가 눈에 보이지 않기만 해도 불안한, 녹우만 바라봐도 배가 완전 부른 근하의 모습을 보는 게 세번째 재미. 처음에는 시골(...)에서 귀찮은 일을 해야한다는 불만에서 우연히 보게 된 애틋한 분위기의 녹우. 처음에는 그냥 바라만 보다 점점 빠져드는 모습에 어떻게든 결판을 내야겠다고 말을 걸게 되고, 다가가게 되고... 이렇게 하는데도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싶어 더 다가가게 되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힘들어 하고 아파하는 녹우를 보듬어 줘야겠다, 안아줘야겠다 생각하다.. 약혼자가 나타났는데도 이 여자와 함께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더 녹우를 살펴준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소개하고 그 가족들도 녹우를 사람 됨됨이를 알아채고는 잘 해주고.. 녹우도 더 잘하고... 그러니깐 근하는 정말 녹우를 좋아한다는 거다.

 

  그리고 다시 읽다보니 새롭게 보이는 생각보다 녹우를 훨씬 더 좋아하는 근하. 살짝 독점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난다. 바람둥이였다는데 전혀 그런 모습 보이지 않고 그저 녹우바라기 같이 녹우만 바라보고 녹우만 생각하는 모습이 좋았다.

 

  녹우가 좋은 사람을 만나고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에 감동했다. 아픔 많은 녹우를 잘 달래고 잘 보듬어 같이 살아야 겠다고 결심하는 근하의 모습도, 더더더 그의 어머니가.. 따뜻하고 잔잔하니 진행되는 이야기가 맘에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