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남이 이야기
이희정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복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조신한 부모님들 아래에서 자랐지만, 부모님의 사랑이 담뿍 담긴 이름 '복남'이 때문에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고, 게다가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복남이 말로) 코쟁이, 서양 남자와 결혼해서 미국에 가버리고, 일찍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흥분하면 구수하고 거친 사투리가 튀어나와 버리고 취미는 샌드백 치기. 지완보다 실전에 더 강함 쌈박질.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고 (지완의 비유에 따르면) 후즐근한 진영을 잠시 짝사랑하기도 하고, 하지만 불쌍한 사람 그냥 못 보고 지나쳐, 샘이 엄마와 샘이를 거두기도 하고...

 

  이런 이중적이지만 귀여운 복남이와 가족들에게조차 냉혈한인 지완이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지완은 아니야~ 아니야~ 하지만 딱 만나버린 복남이가 저절로 생각나고, 다른 남자와 웃는 것도 싫고, 자신에게 좀 친절하고 상냥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의 병을 앓게 된다. 주위에서는 다 눈치채는 데 본인만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 중에, 나름 사랑의 전령사 지율이 적절하게 두 사이를 연결해 줘서 더 친해지고 기념으로 티격태격하기까지 한다.

 

  사실 지완은 그런 남자였던 것이다. 차갑고, 못됐고.. 제 부모에게조차 찬바람 쌩쌩, 거기에는 굽힐 줄 모르는 의지같은 것도 한 몫한다. 그런데  복남이를 얻기 위해서는 (본인 생각에) 전혀 쨉도 안되는 남자와 같이 경쟁을 하고, 2달정도 그 빡빡하고 고된 수도 놓고, 입덧하는 복남이한테 맛나는 식사도 챙겨줄 수 있다. 이러니 지완의 집에서는 복남이가 복덩이지 :)

 

  어차피 둘은 이어질 거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상태에서 읽어서 가슴 졸이고 하는 것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재미는 복남이의 흥분하면 티어나오는 사투리! 으허허, 완전 깨는데 지완은 뭐가 좋은지 열심히 복남을 챙기는 모습에 살짝 눈꼴시렸다. 더 압권은 에필로그에서 입덫을 심하게 하는 복남이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지완이 만든 음식이라니... 왠지 부럽구려. 그런 남편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참 웃음 가실 세 없이 읽었다. 지나치게 엽기적인 것도 아니고 지나치게 코믹한 것도 아니고, 적당히 웃을 수 있고 가슴도 따뜻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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