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만이라도
유하인 지음 / 신영미디어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이렇게 착한 여주는 어디에서도 본 적 많다.... 아니, 이렇게 기다림에도 냉대에도 굴하지 않고 웃으면서 언젠가는.. 언젠가는.. 이라는 생각에 살아오는 여주는 많다.

 

  남주들이야 지 잘난맛에 이리저리 사람 휘두르고 울리고 웃기고 하는거야 일상다반사지만, 여주들의 신파는 어쩔 수 없는 로맨스소설의 규칙!

 

  이번 여주도 그렇다. 20살의 나이에 남주한테 완전 홀딱 반해버려서 당돌하게도 남주의 아버지에게 찾아가 니 아들 내줘! 라는 말을 하고서 결혼을 하게 된다. 남주도 처음에는 기대에 차 있었다.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지만 남주의 오해로 (남주의 전 애인이 남주의 아이를 가지고 쫓겨났다라는 이야기가 있엇는데.. 이건 말을 타면서 이야기가 와전된 것 일뿐!) 여주는 장장 5년동안이나 남주의 구박,멸시,냉대를 겪으면서 참고참고 살게된다. 다행히 남주의 부모님들은 여주를 아주아주 좋아하는 편인데, 사정 알고 있는 남주의 아버지는 물론 사정 모르는 남주의 어머니조차 아이를 좀 늦게 가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여주를 좋아한다.

 

 

' 벌써 잊으셨습니까? 아버지가 죽인 세희의 아이가 저에겐 처음이자 마지막 자식입니다.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집사람과 결혼은 햇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입니다. 집사람은 결코 제 아이를 갖지 못할 겁니다. '

 

 

  여주는 드디어 결심을 한다 딱 5년째되는 2000일에 그를 놓아주자. 마침 그의 전 애인이 아이를 데리고 귀국하게 되었고 여주는 그것을 알아버렸다. 엄청 땅파면서도 그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독한 모습도 가지고 있는 여주. (연극으로 단련되어 잇어서 그런가...) 하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져 있는데...ㅠㅅㅠ

 

 

" 있잖아. 언니, 여기에…… 박혀 있는 유리조각…… 빼 주는 곳 알아? 아무래도…… 여기에 유리조각이…… 박혔나 봐……. 굉장히 아픈데, 너무 아픈데…… 근데, 언니! 나…… 누가 뺄 수…… 있는 지…… 안다. 언닌 모르지? "

 

 

  남주는 어느순간 여주가 의식된다.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 당신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이 잇어.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말 대신에,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고 싶었어. 사랑하게 됐다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됐다고 말하고 싶었어. 정말 사랑한다고 말야. 너무 사랑해서 불안하고 무섭다고……. 그러니 그런 농담은 하지 말라고 무릎꿇고 빌고 싶엇어. 여보…… 당신을 사랑해. "

 

 

  어찌나 바보같은 사람인지. 지 전 애인이 애를 밴 채 갔는데 낙태할 돈도 받았다라는 말에 아이는 죽었을 꺼라 짐작하고 지 여보야를 무슨 짐짝보듯 개무시했으면서, 여주는 이제 마음 정리하려고 하고 하지만 계속계속 더 좋아지는 마음 감추려고 노력하는데 남주는 그제야 여주가 눈에 보이고, 여주 근처에 남자머리카락만 있어도 질투를 해대니.. 그걸 또 고스란히 여주한테 다 티내고, 여주는 남주가 정말 자신한테 정떨어지는구나, 싶어해서 또 끙끙대고 울고.

 

 

" 그동안…… 정말 미안했어. 그동안 내가 얼마나 당신에게 많은 상처를 줬는지 알아. 그런데 그 잘못을 만회할 기회도 없이 이렇게 되어버려 얼마나 안타까운지 몰라. 모두 내 잘못이야. 쉽게 용서가 안되겟지만 내가 진심으로 당신에게 용서받고 싶었다는 것만 알아줘. 그리고 또 당신은……. 당신은 절대 나이 어린 동생이나 가정부 같은 존재가 아니었어. 정말이지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당신은 언제나…… 한 여자로 내 곁에 있었는데, 내가……너무 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것뿐이야. 날 용서애, 난 말야…… 당신을……. "

 

 

  여주의 아는 언니가 여주가 남주를 만난 후부터 쭉 써오던 일기를 던져주며 막 욕을 퍼붓고 가는 부분에서 대략 환희를 느꼈다. 여주의 마음을 알게 된 남주. 지 잘못때문에 이제는 놓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조차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고 여주에게 간다.

 

 

 

  솔직히 절대 여주 이해안됩니다. 내가 아직 사랑을 못해봐서 그런걸까요?

  사실 로맨스소설 보다보면 이해안되는 부분 많습니다. 내가 아직 사랑을 못해봐서 그런걸까요?

  내가 사랑을 하더라도 내 자존심 다치지 않는 한에서.. 라는 전제는 로맨스소설들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랑한다면 존심없이 덤빈다, 라는 공식만 있을 뿐이지요.

 

  생각외로 제가 신파도 아주 잘본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여주들에게 쩔쩔매는 남주들 이야기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좋은데요. 이건 아무래도 상황의 탓도 있겠지요. 가까운 예로 그 사람때문에 힘들어하는 여자를 나는 본적 있으니깐요.

 

  5년동안 기다리고, 단 한 번만이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뒤에서 쓸쓸하게 남주의 뒷모습만 쳐다보는 여주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남주의 행실 탓에 욕이란 욕은 여주혼자 다 먹고, 잘못한 거 없는데 옴팡 뒤집어 쓰고.. 그 젊고 밝고 팔팔했던 20세의 여주는 5년 뒤 남주가 던지는 말에 먼저 몸을 떨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찬찬히 여주를 뜯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릅니다. 그녀는 강했던 것입니다. 웃고, 웃고, 웃고... 아무도 모르게 짝사랑을 5년동안 아주 독하게 했던 여주는 모질게 떠날 맘을 먹지만, 싫어서도 아닙니다. 너무 좋기에, 그의 행복을 위해서 그의 전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귀국 했으니깐... 하지만 여주는 말합니다.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나는 그때도 똑같은 선택을 하겟다고...

 

  잘생긴 남주보다 현명한 여주가 훨씬 더 아주아주 멋있는 이야기입니다.

 

 

 

' 만약 내게 다시금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난 기꺼이 당신의 아내가 되는 길을 택할 거예요.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당신 삶의 아주 작은 부분만이 내게 허락된 전부라고 해도 말이에요.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는 그저 바라보지만은 않을 거예요. 지금처럼 내가 누굴 사랑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대로 당신을 떠나 보내진 않을래요. 아무리 당신이 외면한다 해도 그때는 꼭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라고 말할 거예요.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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