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그말리온
쇼콜라 지음 / 노블리타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아주아주아주*100 오랜만에 로맨스소설 리뷰를 적어본다. 감격에 눈물겹다. 마의 슬럼프 10일을 겪고 정신도 몸도 아직 회복하지 못했지만 책 반납기간을 이미 이틀 넘겼기 때문에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본다. 늦잠도 잤고 낮잠도 오래잤으니 밤을 세서라도 밀렸던 포스팅을 해볼 작정이다.
<피그말리온>은 쇼콜라님의 글이다. 이 글쓴님의 특징이 '야하다'라는 것이다. 그다지 그렇게 느껴본 적 없지만...동인지의 파워인가. 여튼 개인적으로 쇼콜라님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주인공은 너무 순진하고 어리버리하다. 보고 있으면 짜증난다. 분명 당당하고 자신감을 가질 만한 여성인데도 빌빌 거리는게 정말 보기 싫었다. (포스터속의 그 남자를 봤을 때) 그에비해 남자주인공은 소위... 초딩공이랄까. 버릇과 예의를 살짝 옆에 두고 하고 싶은 일, 하고싶은 말을 마냥 해치워버리는 사람이다. 엄청 상처되는 그 말을.
내 블로그의 방문자 대부분이 『야한 토끼들의 휴일』 때문에 온다. 이 사실을 통계 시스템이 생기고 나서 알았는데, 나도 검색해보았다. 작년에 작성했던 내 포스트가 제일 위에 있던 것이다. 그리고 관련 검색어 중 하나가 쇼콜라님 소설이었다. 전혀 연관성을 모르다가 지식iN을 보니 야한 로맨스- 적어도『야한 토끼들의 휴일』 을 야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서 뭔가 싶었는데. 최근에 아주 자주 날라오는 TXT파일공유 쪽지를 보고서야 인기를 실감했다. 쫌!!! 
수경은 오로지 살아야 한다,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10년동안 묵묵하게 일을 했다. 동생이 유학을 머뭇거릴 때 그의 경력을 위해서 오히려 찬성하고 보내버렸다. 수경에게 동생은 삶의 이유였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10년동안 점점 변질되었다. 수경은 동생에게 알 수 없는 마음을 느끼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고... 오늘은 동생이 3년만에 귀국하는 날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동생은 싸늘하게 변해있었다. 훌륭한 미용사가 되면 누나의 머리를 잘라주겠다고 다정하게 이야기 하던 동생은 없었다. 누나에게 꼴이 그게 뭐냐고 부끄러워하고 창피해하던 동생만 있을 뿐이다.
수경은 큰 결심을 했다. 바꿔보자고. 28살 순진했던 수경은 소향관에 자신을 맡긴다.
수경과 그 동생은 피 하나 섞여있지 않았다. 그래서 수경은 좀 더 착각의 늪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수경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동생의 옆에 당당히 서고 싶다는 것. 나도 동생 있고 나도 내 꼴이 말이 아니긴 하지만 가족을 부끄러워 한다면 내 쪽에서 거절이다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경을 좋아할 수 없었다. 미웠다. 수경은 티 하나 없는 하얀 도화지 같은 여자다. 자신을 위한 것, 자신 만의 것이 없다. 수경을 수경 답게 보이게 하는 것은 10년동안의 회사일 밖에 없다. 사람 만나는 것도 힘들고 어렵다. 세상에 나온 자신이 부끄러운 듯 한없이 움츠리고 음울한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소향관에서 성우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성우는 피그말리온이다. 책 제목 한 번 잘 지었다 싶다. 성우는 피그말리온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람을 바꾼다. 패션, 화장, 머리 뿐만 아니라 말투, 행동, 표정 모든 것을 이상적으로 바꿔준다. 성우는 자신의 앞에 쓰러진 수경을 보고 수경의 컨설팅을 맡게 된다. 무난한 외모, 형편없는 패션감각, 게다가 자신감은 어따 팔아치웠는지 우물쭈물 굽은 등에 자신없는 말투 행동... 뭣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데 이상하게 수경에게 마음이 간다. 38살이 되도록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 하나 없던 성우는 수경을 마음에 두게 된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지만 속은 늑대 백마리. 시도때도없이 컨설팅이라며 (그럴 일 없는데) 만져대고, 말로도 수경을 지치게 했다.
수경과의 만남(이라고 하고 '이미지 컨설팅'이라고 한다)이 계속 될수록 성우는 그녀에게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특별함을 느끼게 된다. 흠흠흠a. 그러다 숨겨져 있던 것들을 알게 된 수경은 배신감을 느낀다. 이때 나도 모르게 눈물 찔끔. 행복은 어떤 것이냐며 동생에게 묻던 수경이 생각난다. 10년동안 뒷바라지 한 것도 행복했다고 노는 것만이 행복은 아니라며. 동생의 마음이 이해되긴 하지만, 방법은 잘못되었다. 모두에게 상처. 예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상처. 그 자리에는 우물쭈물 전전긍긍하던 수경은 없었다. 당당하게 자신이 할 말 다 하고 나온 수경은... 자신의 전세값이었던 컨설팅 비용을 때먹는다!!
확실히 수경은 성우의 입맛대로 변하게 되었다. 소심하고 순진하기만 했던 수경을 자신감있고 원하는 것을 바랄 수 있는 사람으로 바꿔주었다. 자신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기술도 몇 가지 배웠고... 힘들었지만 재미있던 그 컨설팅 기간동안 가장 큰 수확은 성우를 얻었다는 것이다. 책을 곰곰히 보다보면 성우보다 수경이 훨씬 더 적극적이다. 성우가 아주 얄미울 정도로 말이다.
성우 曰, "그럼 그런 거 하나도 겪을 수 없어도 좋아?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헤어져서 가슴 아픈 그런 연애도 못해봐도 좋아? 난 지금 당신을 잡으면 절대로 안 놔줄 거야. 옆에 딱 놔두고 어디도 못 가게 할 거고,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게 할 거야. 그래도 괜찮아?" (p. 359)
피그말리온 성우는 수경을 자신만의 칼라테아로 만든다. 자신이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게, 자신만을 위하는 사람으로...
ps. 이 근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이야기 중에 성우의 친구인 딴 미용실 원장님의 사랑이야기가 무지 땡긴다!! 
★ Eunyo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