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코필리아]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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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코필리아 -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김종성 감수 / 알마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재미로만 보기에는 책이 꽤 어렵지 않나, 싶다. 생각만큼 쉽게 볼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난 정말 무식해. 요즘 내가 (고등학교 졸업 후) 깊이 있는 책을 극도로 피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는 무서운 예감도 든다.
각설하고 <뮤지코필리아>는 부제처럼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서평단 신청을 한 이유도 제목의 '뮤직'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분 때문이다.
이 책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내가, 우리가족의 음악적인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다. 나는 태어나서 제일 처음 배운 것이 멜로디언과 실로폰 치는 방법이다.(둘째는 아버지가 그린 사과나무에 포~옥 빠졌고)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때 음악시험을 완전 개판으로 쳐버린 나는 스스로...(무려 혼자서) 피아노학원에 등록을 하고 왔다고 한다. 이때가 내가 생애 최초로 클래식을 접했던 때다. 왜 이제서야 피아노를 알게 되었을까 싶을 만큼 빠르게 배웠고 이 것에 내 길인 줄 알았지만, 여러 악제로 그만두게 되었고 그 다음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음악치료였다. 꿈을 꾸기 무섭게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음악치료를 정말 하고 싶고 배우고 싶었더라면, 애당초 피아노 치는 것 자체를 그만둘 필요가 없다.) 인생의 아픔과 실연의 슬픔을 준 음악이라서 싫어질 만도 하지만 오히려 더 좋아졌다. 정복하지 못한 그대랄까:)
장르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좋기만 할 뿐 음악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음, 발작거리가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책은 많은 사례와 쉬운 설명으로 음악과 뇌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첫장의 <음악에 홀리다> 부분이다. 번개를 맞고 갑자기 음악을 사랑하게된 정형외과의사 이야기는 도대체 '뇌'가 뭐길래 라는 생각도 하게 했다. 뇌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 섬세하고 많은 부분들 중에서 한 곳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음악에 별 개념도 관심도 없었지만, 수술이나 치료제로 음악에 홀리기도하고, 또는 잘못되어 음악이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 환청처럼 음악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게하기도 한다.
나는 자주 음악을 느낀다. 의식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머리속에서 음악이 들리는 것이다. 아주 예전에 내가 연주했던 음악이기도 하고, 내가 들었던 음악이기도 하다. 피아노음악을 즐겨듣기 때문에 나는 곧잘 카네기홀같은 곳에서 멋진 드레스를 입고 뵈젠도르퍼같은 피아노앞에서 화려한 연주를 한다. 혹은 나만을 위해 유명한 지휘자들이 음악을 들려준다. 책에서 이런 것을 <심상>이라고 표현했다. 나만 그런 것인 줄 알았다. 어쨌든 나만의 음악이니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심상을 가지고 있고, 혹은 고통받기도 한다니... 놀라웠다. 나는 이런 심상이 나의 상상력과 어울러져 큰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나쁘다하는 생각도 해본적 없다. 오히려 나는 이런 심상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수능공부하던 고3시절, 재수시절에는 꼭 클래식이나 락을 들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를 들으면서 언어공부를 했나보다. 시험중에 공부는 했지만 생각나지 않아 답답하던 순간이 있었는데, 순간 모차르트 음악이 생각나고 그때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했던 장면이 지나가면서 답을 고를 수 있었다. 또는 나는 메모나 체크하지 않으면 지나간 일을 아주 쉽게 잊는다. 하지만 음악과 함께했던 순간이라면 그 음악을 들었던 그 때 그 시간에 있었던 일을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덧붙여 내가 제일 가지고 싶은 능력(?)은 음악을 공감각적으로 느끼는 감각이다. 음악을 색깔로 느낄 수 있다니. 아, 정말 매력적이다.
음악은 음악자체로도 아주 귀하고 인간생활도 밀접하다. 그만큼 음악과 인간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음악의 좋은 부분만 부각되었으면 좋겠지만, 그 음악때문에 생활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서 (내가 아무리 음악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정말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듣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안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원치않는 음악이 환청이든 어떤 형태로든 계속 반복재생된다면...으읏
이 책 서평을 본격적으로 적기전에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어봤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끼는 음악과의 차이점, 음악이 사람의 뇌에 미칠 수 있는 좋은 점과 나쁜점이 떠올랐다. 작가의 책도 처음이고, 큰 기대감을 가지고 보니 어려운 말과 뇌질환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태반이라서 어떻게 읽고 어떻게 느껴야 할까 많이 고민했다. 다만 사례때문에 책의 (보는 것만큼)무겁고 어려운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쉽다- 음악과 뇌에 관한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 할 수도 없다.
여튼, (나에게) 이 책은 무거운 많은 어려웠고,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배경지식, 내가 누리는 나만의 음악적 심상(책에서 나온 내용이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내가 읽기에 이 책은 너무 아깝고 큰 것 같다. 좀 더 스스로 인문학적, 음악적 이론소양을 쌓았다고 생각될 때 다시 한 번 더 읽고싶다.
★ EUNYO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