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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코노믹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 - 아마티아 센, 기아와 빈곤의 극복, 인간의 안전보장을 이야기하다
아마티아 센 지음, 원용찬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책은 아마티아 센이 직접 저술한 것이 아니라 그의 강연을 정리해서 묶은 것이다. 옮긴이 해제를 통해 책의 이해를 돕고 있다. 어찌나 어렵게 느껴지던지 읽느라 고생을 많이 한 책이다. 경제학, 경영학. 전공기초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접했고 그래서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게다가 아직까지 머리속에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어려운 말들이 차곡차곡 정리가 되지 않아서 더 어렵게 느껴졌다. 간단하게 설명하고, 내가 느낀 점과 마음에 들었던 구절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센코노믹스Senconomics는 경제학과 철학, 윤리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인간성이 사라진 기존 현대경제학에 끊임없이 비판을 가하고 있는 아마티아 센 사상의 총체를 뜻한다. 결과와 수치에만 집중하는 양적 성장을 경계하고 '사람다운 삶'을 우위에 둔 양심적인 경제관점을 지향하고 있다. 인간의 행복을 반영하는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를 실현하고 인간의 점재능력을 개발하며, 동시에 인간의 생존과 존엄을 위협하는 모든 위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인간의 안전보장'을 실형해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책날개에서
이 책에서 크게 기억나는 부분은 '부의 양극화에 따른 민주주의에 대한 반응'이다. 국가가 계속 성장할 때 국민은 민주주의에 대해 그게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성장을 지속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떨어질 때 민주주의의 부재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좀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GNP가 매년 5~10%씩 성장하다가, 1년동안 GNP가 5~10%가 떨어졌을 뿐인데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다. 이때 성장의 후퇴가 국민 모두에게 고루 분산되지 않고 빈곤층에게만 집중되었고 많은 희생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빈곤층에게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희생을 이야기할 방법이 없다. 될 때는 다 같이 잘 되지만 안 될 때는 제일 아래 빈곤층부터 차근차근 희생해 나간다. 다 같이 배고프지않다. 잘 사는 사람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잘 살고, 못사는 사람은 그 어떤 일에도 못산다.
문든 오늘 얼핏 본 인터넷 신문 제목이 생각난다. '식량위기 속 감춰진 최대희생자' 같은 아프리카 사람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그 속에 격차가 있고 불평등이 있다. 씁쓸하다.
민주주의, 집회의 자유, 정치 참여의 자유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조를 바꾸는 역할도 합니다...(중략)...정부가 사람들의 요구에 반응하고 또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도구적 역할-선거, 다당제 정치, 언론의 자유등- 이 살제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중략)...국민의 비판적 여론에 직면하거나 선거에서 지지를 받아야만 하는 경우, 통치하는 측은 사람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하는 동기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민주적인 형태의 정부나 비교적 자유로운 언론이 존재하는 독립국가에서 대기근이라 부를 만한 사태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결코 놀랄 만한 일이 아닙니다. 대기근이 실제로 발생했던 곳은 고대왕국이나 현대의 권위주의적인 사회, 또 원시적인 부족공동체와 근대적인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기술관료 집단)에 의한 독재체제, 선진국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는 식민지 경제, 전제국가의 지도자 또는 편협한 일당독재체제에 놓인 신흥 독립국자들입니다.
이와 반대로 정기적인 선거가 치러지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야당이 존재하고, 대규모의 언론검열도 없으며 정부정책의 다타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보도의 자유가 있는 민주적인 독립국가에서는 대기근이 본격화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중략)... -p.82
초기의 경제학은 오로지 성장을 목적으로 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가능한 모두 무시하고 가장 이성적이고 최적인 방법으로 낭비없이 최고의 성장을 목적으로 했다. 센은 이런 경제학의 이론들을 비판하면서 경제학과 민주주의를 접목하면서 인간의 최대행복을 위한 경제학을 추구했다.
그가 강연때 마다 제일 잘 인용하는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총리의 '인간은 생존을 위협받지 않고 존엄성이 훼손되는 일 없이 창조적 삶을 이끌어가야 하는 존재'여야 한다. '인간의 생존, 생활, 그리고 존엄성을 억압하는 모든 종류의 위협을 포괄적으로 제거하고 이들 위험에 맞서는 노력에 지원을 강화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처럼 민주적이지 않는 성장이 인간의 존엄을 헤치는 것을 극히 경계한다.
인간다운 성장, 좀 느리더라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성장을 했다면... 역사에 만약에는 없다지만... 새삼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성장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강제적이고 권위적인 사회에 성장을 위한 노력을 했다. 많은 빈곤층은 아주 큰 희생을 했고 그 희생위에 세워진 위태했던 성장은 결국 크게 쓰러져버렸다. 대기업의 불투명한 거래, 정부에서는 이런 거래에 대한 올바른 정책이 없었다. 모든 것이 통제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요즘 신문과 뉴스를 볼 때마다 제법 지금도 비슷하지 않는가 하는 기분이 들어 섬짓하다.
'민주주의'는 특별히 이야기 하지 않아도 오늘날 아주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제목은 경제학이라지만 경제학에 대한 느낌보다 사회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민주주의라는 개념과 함께 설명한 사회책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본의 성장이 아시아의 선두에 서있다라는 말은 (나에게) 완전 빈정상했지만... 그래, 그건 그렇지 뭐. 실패의 경험에 대한 예로 한국이 빠지지 않을 때 속상했고, 그런데 다시 그런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오고 특히 우리나라가 또 휘청거리는 것이 또 속상했다.
가볍게 읽을만한 글은 아니지만, 이런 분야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 Eunyoya